마리오네트의 춤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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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 인터넷 소설가'라는 제목이었던 소설을 12년만에 개정해 다시 출간한 '마리오네트의 춤'. 소설을 다 읽고나서 12년전에 출간되었던 소설이라는데 굉장히 놀랐다. 지금봐도 무리가 없는 내용이라 휴대폰과 카톡정도는 개정작업을 거쳤겠지만, 그 밖의 분위기와 사건들은 지금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소설은 주인공 소녀인 '봄'이 사라지며 시작된다. 봄이네 반의 담임인 슬기는 봄이의 무단결석이 계속되자 아이들에게 무언가 아는 게 있으면 말하라며 윽박지르고, 그 날 수행평가 과제물 사이에 끼어진 종이에서 봄이 이야기를 발견한다. 소제목으로 아이들의 번호가 적힌 이상한 이야기는 몇몇 아이들의 번호를 빌려 봄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고 통통한 외모 때문에 교실에서 하마라고 불리며, 반이 새로 정해지고 얼마 뒤 떠난 수학여행에서 잘생긴 남자친구가 있으며 체코에서 키스를 해봤다라는 발언으로 단번에 화제의 인물이 된 소녀. 봄이는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며 입시에만 매달리는 같은반 친구들에게 자신의 연애담을 들려주곤 했다. 봄이의 외모 때문에 모두들 믿지 않았으나 봄이가 들려주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달콤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계속해서 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들의 욕망을 채워갔던 아이들과 거짓인지 진실인지 모를 말을 하는 봄이. 그렇다면 봄이는 왜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이금이 작가님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늘 궁금했던 작가님이라 이번에 읽어봤는데, 역시 술술 잘 읽혀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별개로 여기에 나오는 어른이 굉장히 적나라하게 비겁하고 추한 느낌이라 놀랍기도 했다. 바로 봄이네 담임인 슬기 이야기인데, 우리학교 우리반에서는 문제가 생기면안된다라는 비겁함과 서툰 판단력에 문제를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현실을 부정하는 것까지 굉장히 비호감이었다. 아마 봄이의 상황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긴하지만, 누구도 믿을 수 없었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거라 생각하게 된 봄이의 상황이 그래서 더 안타깝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봄이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면 들릴수록 아이들은 그 말이 거짓이라는 증거를 찾고싶어했다. 자신들은 정해진 틀에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와도 같으면서, 사회와 고정관념이 정해진대로 움직이지 않는 봄이를 보며 아이들은 공격적이었다. 그러면서도 봄이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묘한 상황 또한 안타깝기도 했다. 사람들의 몸을 움직이는 줄이 있다면 그 줄을 쥐고 있는건 무엇일까, 그리고 그 줄은 어디까지 매달려 있는 것일까. 봄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통통했던 몸 때문에 고정관념에 노출되었던 봄이가 체코로 떠나 새로운 상황을 맞고 회복해갔던 자존감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바닥으로 내리꽂힌다.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않는 것이든 고정관념은 누구의 목이든 옥죌 수 있다. 때문인지 결말을 보고난 뒤 봄이가 자신에게 매달려있던 줄을 끊고 자유롭게 훨훨 춤추며 날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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