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메이커 상상초과
김태라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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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설정이 독특해서 재밌었던 소설이었다. SF물로 '소울'이라는 에너지를 통해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 소울시. 그곳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존으로 나뉘어져있고 알파존은 소울시의 핵심이다. 소울시 전체를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있는 알파존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울이 많이 들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사는 알파인들은 많은 양의 소울을 보유하고 오래도록 젊음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때문에 다른 존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알파존이 꿈의 공간이었다. 알파존에 들어갈 수 있는 시기는 소울시 전체에서 기념할만한 특별한 날을 제하면 1년에 한 번, 아기들이 소울 세례식을 받는 날 뿐이다. 


주인공 소녀인 '주나'는 감마존에 살며 식물용 소울을 구매하기 위해 베타존을 넘나든다. 감마존보다 훨씬 많은 소울에너지를 요구하는 베타존에서만 구할 수 있는 식물용 소울은 주나가 자신의 소울 에너지를 아껴야만 살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베타존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겪은 주나는 베타존에 사는 소년 '리후'에게 도움을 받는다. 소울머신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생명력 컨디션이 위기를 뜻하는 빨간불이 되었을 때, 리후가 자신의 소울을 나눠준 것이다. 이후 리후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주나는 소울 세례식이 열리는 날, 알파존에서 위기에 처한 리후와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소울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자 리우와 함께 소울을 만들어내는 '소울메이커'가 있다는 컨트롤 타워로 향한다.


아무래도 낯선 소재라서 숨겨진 이야기가 많았던 소설이었다. 인간의 생명은 정제된 에너지라는 소울로 유지되고 자연은 나쁜 에너지 취급을 받는 세상. 이런 설정부터 낯설었는데 소울시에 사는 사람들 모두 소울 세례식을 받고 영혼의 에너지를 빼낸 뒤 그 안을 소울로 채워 움직인다라는 부분도 낯설었다. 식물 또한 인공적으로 만들어 식물용 소울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소울을 배당받아 입양된 아이에게 나눠주고 키우며 살기에도 벅찬 감마존에서 식물키우기는 사치스러운 취미였던 셈이다. 소울시에서 식물을 자랑삼아 키우는 사람들은 베타존 이상부터였다. 때문에 주나의 특별함이 더 드러났다. 식물을 좋아해서인지 사람들이 꺼리는 숲에 살고 있다는 마녀의 존재를 만나기 위해 가는 걸음도 그리 무거워보이지만은 않았으니까.


소설에 나오는 소울시는 언뜻보면 이상적인 공간일지도 모른다. 늙지 않고 먹지 않고도 살 수 있으며 쌓아둔 소울이 있다면 얼마든지 오래 살 수 있는 세상. 그러나 소울시 안을 들여다보면 불합리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존으로 나뉘어져 상하층민이 구분되어 있다는 것, 소울의 할당량과 소비량이 사는 곳에 따라 정해져 있다는 것, 철저히 숨겨진 소울메이커의 존재와 그 존재의 힘을 빌어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컨트롤러와 시장, 은근히 행해지는 통제와 억압 등등. 특히 통제와 억압은 소울시가 숲에서 살고 있던 에너지 조정자이자 마녀라고 불렸던 나다수를 대신해 에너지 조정계를 만들어내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렇게 보면 디스토피아가 맞는데도 청소년 소설이라서 그런지 아주 어두운 분위기만은 아니다. 소울시의 암담한 상황에서도 슬쩍 로맨스를 보여주기도 하고, 무난하게 위기를 헤쳐나가기도 한다. 오히려 충격을 받은 건 다른 쪽이었는데 소울을 소중히 여기는 걸 가르쳐준다는 이유로 부모가 아이의 소울머신에 경보음이 울릴 정도로 소울을 적게 주며 목숨연장을 시키는 벌을 줬다는 부분이었다. 물론 소울이 생명임을 알고 있지만 그사실을 배우는 과정이 너무 살벌해보였다고 해야할까. 어쨌든 소울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감정표현도 자제하고 걸음도 조심히 걸으며 소울을 배당받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어보이지만은 않았다. 


소울이 아닌 또 다른 힘, 즉 영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소녀 주나의 모험기는 소울시에 숨겨진 '소울메이커'의 정체를 찾기 위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슬픔과 아픔, 숨겨진 진실들은 이야기의 몰입도도 함께 높여주었다. 뒤로갈수록 소울머신의 생명력은 꺼져가지만 주나의 에너지가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것 같아 인상깊었다. SF물이라 상상력 덕분에 읽는 게 즐거웠던 소설이기도 했다.


생각이나 믿음도 하나의 에너지란다.

그리고 알다시피 에너지는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지. -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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