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즈키 유코 - 최후의 증인

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누가봐도 범인일 수밖에 없는 남자의 무죄주장. 그 사실에 흥미를 느낀 소설의 주인공 사가타 사다토 변호사는 사건을 맡기로 한다. 사가타 사다토 변호사는 검사출신으로 한 때 촉망받는 인재였으나 검사세계에 환멸을 느껴 변호사가 되었다. 이후 보수는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이 가는 사건들만 맡고 있었는데, 소설에서 등장하는 치정 살인사건도 마찬가지였다. 호텔에 함께 묵었던 불륜남녀 중 여자가 사망한 상황, 용의자는 불륜남 단 한 명 뿐이었고 증거도 모두 남자를 향한다. 

공판 1~3일째, 판결, 에필로그로 목차는 심플한 편이다. 첫날 사건의 개요와 일어난 원인, 재판상황이 어우러지며 소설 내용이 착착 정리되어 나가는데 사건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아 읽는데 속도가 붙었다. 공판 1일째에는 아이를 교통사고로 잃은 부모와 음주 교통사고를 낸 시마즈의 이야기와 시마즈가 불륜 끝에 한 여자를 죽인 용의자가 되어 재판에 선 이야기가 교차된다. 뒤로가면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재판도 점점 진행되어 가는 식이라 속도감도 있었던 소설이다. 3일째에 등장하는 마지막 증인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다만 번역이 좀 아쉬운 부분이 있어 중간중간 멈칫하게 되기도 했다.

죄를 지은 인간은 그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한다라는 게 소설의 주요내용 같았다.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뻔뻔하게 연줄을 이용해 빠져나갔던 시마즈는 끝내 재판을 받게 된다. 시작이 교통사고건이 아니었더라도 재판이 진행되며 드러나는 진실은 시마즈의 평판을 바닥까지 떨어뜨린다. 평판에 목을 매던 시마즈에게 맞춘 벌임이 틀림없는데도,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며 무슨 죄목이든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건 한 아이의 생명을 짓밟고도 뻔뻔하게 자신의 평판을 챙기고 당당했던 행동에 화가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인공인 사가타 사다토 변호사는 합당한 벌에 기준이 명확했다. 매사 의욕이 없어보이면서도 죄에 관해, 진실에 관해서는 똑부러진다. 그렇게 캐릭터가 명확해서인지 시리즈도 있는 것 같던데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