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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메디슨 - 살리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를 둘러싼 숨막히는 약의 역사
송은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6월
평점 :
제목 그대로 약과 역사에 얽힌 이야기로 이루어진 책이다. 세계사 속 인물들인 소크라테스, 잔다르크, 빈센트 반 고흐, 사도세자, 히틀러, 간디 등 12명과 약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한 챕터에 한 인물씩 소개하고 있어서 짧게 끊어읽기에도 좋았고, 무엇보다 흥미진진한 역사책을 보는 기분이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때로는 목숨을 앗아가는 독을, 때로는 환상 속의 약을, 때로는 사람을 살리고자 했으나 잘못되었던 약에 얽힌 이야기들이 인상깊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인물들이 역사에서 굵직한 부분을 담당했던 인물들인만큼 약이 세계사에 끼친 영향력에 관한 책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전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인간이 가장 많이 죽은 원인은 '질병'이라고 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계속 이어지는 질병은 그 때문에 세대마다 큰 고민거리였음이 틀림없다. 어쩌면 약의 역사는 병을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고자했던 인류의 역사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현대의 의학보다 뒤떨어지는 과거의 의학은 때로 굉장히 잘못된 결과를 불러오곤 했다. 말라리아 치료제로 고안된 술 압생트가 빈센트 반 고흐를 포함해 많은 예술가들을 중독에 걸리게 한 것, 돌팔이 의사를 만나 겉이라도 멀쩡해보이게 이것저것 약물을 맞다가 약물중독에 걸린 히틀러의 이야기가 그랬다.
이외에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비소를 사용했던 체사레 보르자와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 권력을 누리기 위해 투구꽃의 독을 사용했던 네로의 어머니 율리아 아그리피나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천연두 백신과 소아마비 백신에 관한 이야기, 흙 속에는 수많은 세균이 사는데 왜 그 흙을 딛고 사는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는가를 연구하다 결핵치료제를 발견한 이야기를 읽으며 의학을 한층 더 발전시키고 현대 의학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사람들도 많았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약국에 가면 쉽게 검증된 약을 구할 수 있는 시대에 살기에 어쩌면 옛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 봐도 터무니없는 약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걸 진짜 믿었을까 의심스러워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역사와 함께 해 온 인간의 건강을 위한 치료약, 욕망을 이루기 위해 사용한 독약들에 관한 내용은 술술 잘 읽혔다. 약 하나가 바꾼 역사 이야기를 보다보면 작은 일이 어디까지 커지는지 볼 수 있어서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