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술관 - 인간의 욕망과 뒤얽힌 역사 속 명화 이야기
니시오카 후미히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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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과 부의 관계는 떼놓을래야 떼놓을 수 없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권력 혹은 종교를 위해 사용되어 왔던 미술품은 지금과 조금 방향성이 다르지만 엇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미술품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어떤 그림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또 그 그림을 그린 화가는 어떤 상황에서 그림을 그렸는지 같은 것들. 하지만 오로지 부의 관점으로만 본 미술책은 이 책을 통해 처음 보았다.


미술품의 위상이 크게 변한 것은 마르틴 루터가 시작한 종교개혁 부터였다. 종교미술을 성경이 금지하는 우상 숭배 행위로 규정하자, 기존에 교회에서 주문을 받아 그림을 그리던 화가들의 밥줄이 딱 끊기게 된다. 종교적인 내용을 담은 그림은 그릴 수 없었고, 오히려 파괴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에 화가들이 눈길을 돌린 곳은 바로 정물화와 풍경화였다. 특히 17세기의 네덜란드에서는 회화 열풍이 거세게 불어 한 세기 동안에만 600만점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그림이 그려졌다고 한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렘브란트 반 레인등이 대표적인 화가였고 이 흐름은 후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시대적인 이해와 더불어 화가들의 당시 상황들까지 알려주니 읽기에 좋았던 책이다. 흥미로울만한 부분들을 미리 책 뒤쪽과 목차에 슬쩍 배치해둬서 호기심이 더 생기기도 했었다. 때문인지 초반부의 풍경화와 정물화 탄생의 부분부터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종교개혁 이전까지는 종교화의 배경 혹은 들러리 담당이었던 주제들이 종교 종사자 이외에 다른 일반인들에게도 선택받고자 더 친숙한 옷을 입게 되었다는 부분도 재밌었다. 그 외에 풍경화 하면 딱 떠올리게 되는 정형화된 그림, 즉 풍차가 보이는 그림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도 흥미로웠다. 애초에 풍경화가 탄생한 곳이 풍차를 흔히 볼 수 있는 네덜란드에서 확립되었다기 때문이라고 하니 풍차가 달리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어떤 숨겨진 이야기가 기다릴까 싶어 책을 계속 읽어나갈 수도 있었다. 


이외에 페르메이르가 3년치 빵값 정산을 위해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빵집에 납품한 이야기나, 16~17세기 당시 네덜란드에선 빵집과 푸줏간 보다 화가 수가 훨씬 많아 유명화가로 성공하면 작품이 엄청난 액수에 거래되는 비즈니스 구조가 이미 확립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 물품값을 그림으로 대신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나 천대받던 인상주의 회화가 미술상 폴 뒤랑뤼엘에 의해 궁정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카브리올 레그와 금테 액자의 힘으로 마케팅에 성공한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미술품에 관한 이야기보다 배경에 관한 이야기 비중이 많으나, 한 시대를 이해하고 미술품이 탄생한 시기를 자세히 알고자 한다면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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