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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인형 ㅣ 미운오리 그림동화 2
라리사 튤 지음, 레베카 그린 그림, 서현정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2년 2월
평점 :
소설 '변신'을 쓴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와 아끼던 인형을 잃어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카프카와 인형'. 두 사람의 기묘한 우정이 동화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동화는 카프카가 베를린에 있는 아름다운 공원을 산책하면서 시작된다. 점심을 먹을 장소를 찾던 카프카는 공원에서 울고 있는 여자 아이를 발견하고 왜 울고 있느냐고 묻는다.
울고 있던 소녀의 이름은 수지. 수지는 카프카에게 아끼던 인형 '숩시'를 잃어버렸다고 대답한다. 소설가인 카프카는 마음아파하는 수지를 위해 인형들은 다 여행을 좋아한다며 숩시 또한 여행을 간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은 자신이 인형들의 편지를 배달하는 우편배달부라는 말과 함께. 곧이어 카프카는 숩시도 수지에게 편지를 썼지만 코트 주머니에 넣은 채 깜박잊고 가져오지 않으니 내일 가져다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날, 수지는 카프카를 통해 숩시가 여행지에서 쓴 편지를 받게 되었다. 숩시가 보낸 편지에는 수지에게 작별 인사를 못하고 와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기차를 타고 여행중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카프카는 숩시가 계속 편지를 쓸 거라고 말하며 수지에게 편지를 전해주기 시작한다.

산 꼭대기에 올라간 숩시, 파리에 가서 3끼 식사를 모두 크루아상으로 먹는 숩시, 영국에 가서 피터 래빗과 홍차를 마시는 숩시, 스페인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와 함께 산책을 했다는숩시, 모로코에서 침을 뱉는 낙타를 피해 재빨리 도망친 숩시 등등. 그렇게 수지에게 전해진 숩시의 여행 이야기는 수지를 행복하게 한 동시에 모험심을 키워준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점점 짧아지는 숩시의 편지를 전해주던 카프카 아저씨가 공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수지를 만날 때마다 기침을 하던 카프카 아저씨가 걱정이 됐는지 수지는 계속 아저씨를 기다렸다. 하지만 카프카는 다른 사람을 통해 편지를 전해온다. 카프카 아저씨의 눈 뒤에 사라지지 않는 두통이 생겼다해도 편지들을 배달하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는다며 보내온 편지. 그 편지엔 항상 내 마음속에 네가 있다는 숩시의 말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자 다행스럽게도 수지는 얼굴이 창백해진 카프카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창백해진 카프카 아저씨가 전해준 이번 편지가 마지막일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든 수지는 편지를 개봉한다. 그러자 수지의 예감이 꼭 들어맞은 것처럼 숩시는 멀고 먼 남극 끝으로 가는 탐험대가 되었다며 편지를 계속 쓰는 건 힘들 것 같다며 마지막 인사를 해야한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슬퍼하던 수지는 나중에 자신도 여행을 갈 거라고 말하고 카프카 아저씨는 그런 수지를 응원하며 헤어진다. 이후 수지가 카프카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동화를 보면서 이게 정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이 신기했다. 어린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인형의 이름을 빌어 편지를 보낸 것, 폐결핵을 앓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편지를 보내야한다는 약속을 지킨 것, 작품을 쓸 때만큼이나 정성을 들여 편지를 쓴 것 등등. 소설로 많이 접해보지 않은 작가임에도 이 동화로 인해 인상이 강렬하게 남아버렸다. 안타깝게도 카프카가 만났던 소녀와, 주고 받았던 편지들은 찾지못해 동화 속에는 편지를 간결하게 인형의 관점에서 썼다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그 밖에 '카프카와 인형'은 동화 자체로도 매력적이었다. 인형의 모험이 귀엽게 그려져 있었고, 등장인물인 카프카의 일러스트도 뒤쪽에수록된 사진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따뜻한 색채와 일러스트가 보는 재미도 더하고 있기도 하고 동화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 자란 수지의 모습이 있는 것도 좋았다. 어린 수지는 결국 친구를 잃었지만, 좀 더 자란 후에는 자신에게 누구보다 소중했던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