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슐리외 호텔의 장기 투숙객인 애들레이드 애덤스. 50세가 넘은 괴팍한 독신녀 이미지로 구어져있지만 나름대로 조용한 삶을 누리고 있는 주인공이다. 하지만 어느 날, 애들레이드의 방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녀는 예상치 못한 사건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리슐리외 호텔에 묵고 있는 장기 투숙객들 몇몇과 호텔의 주인내외, 그리고 다른 투숙객들은 각각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 사실은 살해된 남자의 정체가 누군가가 고용한 사설탐정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수면위로 드러나게 된다. 장기 투숙객 중 하나가 탐정을 고용한 것만 확실한 가운데 누가 탐정을 고용해 어떤 사실을 알아내고자 한 것인지, 또 누가 탐정을 살해했는지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그런 와중에 또 한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애들레이드의 물품이 발견되며 애들레이드는 사건을 수사하는 경위의 의혹에 찬 눈길을 받게 된다.
클래식 추리소설이라는 말답게 굉장히 오랜만에 이런 분위기의 소설을 만날 수 있었다. 범행트릭이 배배 꼬여있고 기상천외하다기보다 그야말로 기본적인 것을 지키는 듯한 소설의 구성과 전개에 클래식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투숙객들의 이름이 복잡한 인물도 꽤 많았지만 하나씩 알아가며 미스터리가 하나씩 풀리는 구성도 좋았다. 예상치 못했던 건 애들레이드가 벌이는 코믹한 상황들이었다. 솔직히 '잔혹 코믹극'이라고 해서 무슨 소리인가 했었다. 추리소설에 코믹이 가능한가했는데, 애들레이드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범인이라 추측되는 사람에게 습격을 당했을 때 틀니가 빠져있어 혀짧은 소리를 크게 내며 도움을 요청한다거나, 고상한 부인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허술한 면을 보여준다거나, 자신의 주변에 얼쩡거리는 수상한 남자를 젊은 친구라 부르며 훈계를 늘어놓는 장면도 왠지모르게 웃기면서도 정감이 느껴지며 인상 깊기도 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아서 처음엔 복잡해보였지만, 다 읽고보니 확실히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론 주인공인 애들레이드가 홀로 탐정역할을 해도 재밌었을 것 같았다. 결말부에 드러나는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했었는데 역시 이것도 반전이 있긴하되 클래식한 느낌이었다. 충격적인 사건이나 범행수법 등의 강한 느낌의 소설은 아니었지만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소소한 분위기를 풍기는 추리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어쨌든간에 '리슐리외 호텔 살인'은 호텔 숙박객들의 비밀이 무엇인지 하나씩 보는 재미도 있었고, 오랜만에 만나본 고전추리소설 느낌이라 몹시 반가웠던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