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술사 - 므네모스의 책장
임다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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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각자 개인의 기억을 모두 넣어둔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의 크기와 풍기는 분위기는 사람마다 다르며, 즐거운 일의 기억은 알록달록한 책으로 그렇지 않으면 회색이거나 검은 책의 형태를 하고 있다. 기억할만한 일이 없다면 얇은 책이, 기억할 것이 많다면 두꺼운 책이 되기도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선오는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그 사람의 기억을 기록해둔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자다. 사람의 기억이 담긴 책을 만지면 그 사람의 기억에도 영향이 있고, 사람의 기억 또한 엿볼 수 있는 셈이다. 여자친구와의 우연한 접촉으로 그 사실을 알게 된 선오는 '므네모스 기억력 치료소'라는 기관을 운영하며 사람들의 기억을 정리 혹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찾아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선오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부터 점점 사라져간다며 찾아온 의뢰인 '희주'를 만나게 된다. 곧이어 희주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 선오는 기억들을 하나씩 먹어치우는 어떤 존재를 만나게 된다.


소설 속의 설정이 재밌었다. 사람의 기억을 도서관으로, 자주 찾는 기억들이나 금방금방 떠올려야하는 기억은 테이블 위에 쪽지들로 표현한 것도 재밌었다. 게다가 사람의 기억이 미지의 것이니만큼, 어떤 판타지적 존재의 힘을 빌려와 주인공의 힘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점도 인상깊었다. 기억을 정리하기도하고 흐뜨러뜨리기도 하는 하얀 안개처럼 생긴 몽그리의 존재와 그 몽그리가 책들에 찐득하게 눌러붙어 기억이 잊혀져가는 치매를 유발한다는 부분이 그랬는데 때문인지 주인공이 만난 '기억이 사라지는 사람'은 그 문제와는 전혀 연관되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러 사람의 기억을 지우고 다니는 존재를 보여줌으로써 사건이 일어날 여지를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면 구성이 좀 심심한 부분도 있었다. 긴박감이 느껴져야하는 부분에서도 뭔가 큰 위기다 싶은 느낌이 없었고, 소설 속의 흑막 캐릭터도 거의 보자마자 알았다. 그래도 사람의 기억에 관련된 설정이나 괴로운 기억을 어떻게 다루어야하는가라는 주제는 좋았다. 살아가며 덮어두고만 싶은 기억, 괴로워서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 그 기억들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는 질문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나 마찬가지다. 살면서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선오는 좋지 않았던 일도 앞으로 있을 힘든 일을 이겨내게 하는 보물이라 말한다. 힘든 상황과 기억을 지우고자하는 사람들이 선오의 앞에 나타나는데도 선오는 마지막까지 한결같았다. 그 밖에 소설 속의 설정을 보며 과연 기억의 도서관이 사람에게 모두 존재한다면 내 기억 속에는 알록달록한 책이 몇 권이나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어쨌든 한번에 쭉 읽어갈 정도로 가독성도 좋았던 소설이라 개인적으론 조금 더 탄탄한 느낌이 더해졌다면 더 좋았을 것도 같다.


과거의 기억을 너무 만만히 보는 것 같아요. 

그런 기억들이 얼마나 보물 같은 건데요. 

그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남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 실수를 해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1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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