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 단 한 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2년 2월
평점 :
조선시대는 농업의존도가 높은 사회였다. 흉년이 들면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소식은 도읍에 전해져 왕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그 이후에 왕은 재난의 원인으로 자신의 부덕함을 탓하며 백성들을 구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 지시한다. 앞서 말한 장면들은 종종 매체를 통해 본 적이 있는 장면들이다. 당시엔 백성들이 살기 고달프니 나라의 어버이를 자처하는 임금으로 당연한 일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을 보고 깨달았다. 복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렇지 조선에도 복지제도가 있었구나하고.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이라는 제목처럼 책 속에는 역사적인 사건을 떠올리게하는 자료들은 아니지만 어찌보면 사소하면서도 어찌보면 중요한 조선의 복지정책들을 다루고 있었다. 그렇다고해서 책이 딱딱하기만 한 건 아니었고 가벼운 어투로 역사를 좀 더 쉽게 전하려 노력한 점이 눈에 띄었다. 중간중간 현대사회에 빗대서 말하는 찰떡같은 비유들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조선의 재난지원금, 국민연금, 출산휴가 등 듣기만해도 곧바로 이해가능한 부분들이 기억에 남았다. 특히 책의 앞부분에 '조선에서는 빈곤층을 인(仁)으로 바라보고 가련하고 안타깝다는 공감이 선행된 뒤, 빈곤이 발생한 것은 그들이 나태하거나 무책임해서가 아닌 왕의 부덕때문이라고 즉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는 부분을 보면서 왕의 부덕함이 그런 뜻이 될 수 있구나싶어 조선의 사상을 다시한번 되새겨볼 수 있었다.
독신 남성, 독신 여성, 고아, 독거 노인을 가리키는 말 환과고독. 조선 사회에선 사회적 취약계층인 환과고독 중 대상자를 선별해 복지 혜택을 주었다고 한다. 그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것들이 아동 복지, 노인 복지, 여성 복지, 장애인 복지, 노예 복지로 생각보다 많은 법률과 지침이 존재해서 놀라웠다. 출산 휴가나 곡식을 지급하는 진휼, 곡식을 빌리고 차후에 갚는 환곡 등 아는 부분도 있었지만 백성이 굶어죽지 않도록 지침서이자 메뉴얼을 만들어내고 세세한 규정이 있다는 점이 제일 신기했다. 모든 백성이 굶어죽지 않는 나라를 꿈꿨던 조선의 이상향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온전히 공감할 수 없다.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사회적 문제가 되진 않으니까. 하지만 백성들을 먹여살리고자 애썼던 조선의 정책이 점차 변질되고 그 사실에 더해 조선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보며 배울점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역사란 그런 것이기도 하거니와, 코로나와 전쟁 소식을 비춰보면 옛 상황이 지금과 그리 동떨어져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때문에 복지제도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한번쯤 고민해봤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과연 지금의 복지가 조선보다 발전했나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부분에서 더 생각해야하는지 고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