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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주근깨 공주
호소다 마모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1년 9월
평점 :
영화관 앞에 걸려있던 포스터를 보고 궁금해졌던 '용과 주근깨 공주'. 메타버스 즉 가상현실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더 호기심이 생겼고, 평범한 소녀가 목소리 하나로 전세계의 스타가 된다고 해서 더 궁금해졌다. 그 외에도 가상현실 공간에서 쓰는 이름이 '벨'에다가 야수의 포지션으로 보이는 용 때문에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생각이 났기 때문이라는 점도 선택에 한 몫을 한 것 같다. 어쩌면 붉은 드레스를 입고 고래의 등 위에 올라타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의 아바타 영상을 봐서인지도 모르겠고. 영상 속에서 봤던 화려한 색감이 기억에 남아 한 번 보고싶단 생각이 들었었다.
'용과 주근깨 공주'의 주인공이자 주근깨 공주 역은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스즈. 어릴 때 엄마를 사고로 잃고 아빠와 서먹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어쩐지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없어지는 중이다. 어렸던 스즈가 그토록 사랑했던 노래는 엄마를 잃은 동시에 함께 잃어버렸다. 립싱크 정도야 할 수 있지만 심리적인 요인으로 목소리를 내며 노래하진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어느날 친구가 보내준 가상세계U의 초대장을 받아 가상세계의 아바타라는 As(애즈=Automatic self=자율적자아)를 생성한다. AI의 얼굴인식을 통해 자동으로 만들어진 스즈의 As는 어찌된 영문인지 굉장히 아름다운 미인이 되어 있었다. 스즈는 혼란스러워하지만 곧 As에게서 자신의 주근깨를 발견하고 스즈와 똑같이 방울이라는 뜻을 지닌 Bell을 아바타의 이름으로 등록한다. 생체정보를 동기화하고 접혹한 U의 세계. 그곳에서 스즈는 자신이 벨의 몸을 통해 노래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노래를 하고, 영상이 퍼지며 대스타가 된다. 이후 벨은 콘서트를 열며 승승장구하나 갑작스레 콘서트장에 커다란 괴물 용이 나타나며 아수라장이 되는데..

용의 정체는 무엇이고, 벨의 정체는 언제 드러날까하는 점 때문에 쭉 읽어볼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노래를 부르는 벨은 항상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사람에게 적대적인 용의 정체를 궁금해한다.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독백이 나와서 굉장히 기대하면서 읽었었다. 하지만 용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순간은 뭔가 맥이 빠진다고 해야하나. 약간 이야기가 다른 길로 빠졌단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벨이 용의 정체를 알고 싶어하는 이유가, 어쩐지 끌림을 느낀다라는 비슷한 이유였던 것 같은데 다들 심미적으로 문제없는 외향을 한 U의 세계에서 혼자 괴상한 용의 모습이긴 하니 정체가 궁금하긴 할 것 같다. 거기까진 동의한다. 그런데 결말부에 드러나는 용의 정체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조금의 인연이라도 있는 사람일 줄 알앗는데 생판 남이라니.. 물론 이게 취향인 사람도 있을 테지만 어쨌든 나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 밖엔 스즈의 성장에 구원서사가 꼭 필요했나? 게다가 화목한 가정으로 빠지는 길이 꼭 노래여야했을까라는 의문도 남는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오가며 약간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도 받았다. 차라리 용의 정체를 현실세계의 친구로 설정하는 쪽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친구사이임에도 몰랐던 비밀을 알게되고 좀 더 용기내서 다가간 뒤 그렇게 했던 것처럼 가족에게도 마음을 열어 다가간다는 식..? 클리셰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는 있었을 것 같다. 이대로의 내용은 갑자기 빠져버린 골짜기에 혼자 던져져버린 기분이라 좀 당황스러워 아쉬웠다. 왜 굳이 용을 그렇게 설정하고 소비해야했을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 이후에도 용이 현실과 U의 세계에서 딱히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 같아서라는 이유를 대면 너무 삭막한걸까. 동명의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화려한 U의 세계는 궁금해졌다. 노래하는 장면도 잘 나왔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영상미를 느껴보기 위해 도전해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