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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허즈밴드
김류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0월
평점 :
뉴욕에서 한 번 만났던 남자와 서울에서 재회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시크릿 허즈밴드'. 로맨스 소설이라는 말을 듣고 시작했으나 사실 로맨스쪽보다 스토리쪽을 더 기대하고 읽었었는데, 생각보다 로맨스도 괜찮았던 소설이다. 남자주인공 윤제의 재력과 외모가 빠지지 않는 거야 당연하고 거기에 더해 내조의 왕이라고 해야하나.. 집안일에 전혀 재능이 없이 그저 잠만자는 곳이었던 여주인공 진미의 집이 남자주인공을 들이며 변해가는 과정이 재밌기도 했다. 문제는 윤제가 뉴욕에서 만났을 때와는 딴판인 거지꼴로 나타나 한국에선 기억을 잃은 상태라는 것.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에 남자주인공의 정체가 무엇일까 추측해가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불의의 사고에 휘말려 뉴욕주의 클린턴 교도소에 갔다가 고국인 한국으로 추방당한 제임스 영. 그는 한국에 와서 20년 넘도록 불린 적 없는 이름 영윤제라는 이름이 낯선데다가 정신없이 추방당해 돈도 휴대폰도 없는 상황이었다. 위기상황에서 윤제는 공항출입구에서 휴대폰을 하나 훔쳐 국제전화를 통해 미국에 있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한국으로 와달라고 한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다른남자와의 아이를 가졌다며 윤제를 거절하고, 절망에 빠진 윤제는 삶의 의지를 잃은 채 도로를 걷다 사고를 당한다. 그 때 윤제를 구해준 건 몇 달 전 뉴욕에서 윤제의 도움을 받았던 여자이자 윤제에게 휴대폰을 도둑맞은 오진미였다. 엄마를 여의고 무작정 떠난 뉴욕에서 받았던 위로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던 진미는 윤제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고, 윤제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안 이후엔 의식주를 모두 책임지며 기묘한 동거생활에 들어간다. 뉴욕에서 처음 만났던 남자 윤제는 기억을 잃었어도 종종 장난스러우면서 친절하고 뭐든지 잘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점점 의아하기만 한 윤제의 정체, 그러나 한 집에서 같이 사는 동안 진미와 윤제는 서로 감정이 깊어간다.
드라마 작가분이 쓰신 로맨스라서일까. 굉장히 드라마같았다. 어느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플레이되는 게 자연스러운 느낌이라고 할까. 캐릭터들도 톡톡 튀면서 전개도 시원시원해서 읽는 데 크게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한 번 잡으면 진도가 쭉쭉 나가서 정신없이 책을 읽어갔다. 초반엔 뉴욕에서 두 사람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궁금해서, 중반에는 요리 청소 등등 궂은일이 뭐든 척척해내는 분양받고 싶은 윤제와 똑소리나는 커리어우먼 진미를 보는 맛에, 결말은 기억이 돌아온 윤제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해서 계속 쉬지않고 읽었다. 소설은 로맨스라곤 하지만 키스신 묘사도 진하게 없는 라이트한 로맨스물이라 일단 그런쪽으론 기대하면 안되고, 스토리 보는 재미에 더 비중을 둬야한다. 때문에 사람에 따라선 로맨스가 몹시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두 주인공 외에 조연들의 비중도 적절했고 겉가지 이야기들도 괜찮았다. 중간중간 개그포인트도 있었고 소소하게는 레시피 복사기라던지 남편을 공유한다는 가사도우미에 겉보기완 달리 정이 많은 설정 같은 부분도 재밌어서 기억에 남았다. 사이다 비중이 크길 원하는 독자라면 결말이 그닥 만족스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주인공들은 로맨스소설의 주역답게 사랑을 택하며 끝이난다. 다 읽고 생각해보니 복잡다난하게 얽힌 인연들이라 악역이 쫄딱망하는 구도로 갔다면 좀 위험해 보이긴 했을 것 같다. 어쨌든간에 시원시원한 전개에 대형견같은 남자주인공이 잘 어우러져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따뜻한 위로같기도 하고 든든한 밥심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던 소설은 '달과 뉴욕 그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는 노랫말 그대로 예쁜 로맨스로 기억될 것 같다.
진미는 꽤나 심오한 진리를 발견한 사람처럼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난 안사람이 아니라 바깥사람이 되고 싶었나 봐.시뮬레이션 해보니 알겠네."
윤제는 진미 자신도 차마 알아채지 못한 그녀의 속마음을 읽어냈다.
"그 말은... 이런 결혼은 괜찮다는 거예요? 아님, 내가 안사람으로 괜찮다는 건가? 나랑 이렇게 살면 좋겠다는 뜻?" - 18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