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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꿈을 지킨다
무라야마 사키 지음, 한성례 옮김 / 씨큐브 / 2021년 7월
평점 :
판타지 소설을 좋아해서인지 마녀라는 소재만 눈에 띄면 기회가 되는 대로 읽어보는 편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며 이 세상의 밤과 꿈을 지킨다는 마녀. 이 소설 속에서 마녀의 수명은 인간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마녀의 1년은 인간의 10년. 때문에 평범한 인간보다 더 오래살고 모습의 변화도 늦은 마녀들은 세상을 떠돌면서 살 수 밖에 없다. 아주 드물게 인간과 친구가 되어 인간과 교류하는 마녀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론 마녀를 만나는 것부터 쉽지 않은 편이라고. 하지만 이 소설은 마녀의 이야기인만큼 마녀와 인간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제일 첫 장부터 등장해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끌어가는 마녀는 붉은 머리에 10대 소녀같은 나나세다. 170년간 살아온 마녀로 다른 마녀들에 비해 어린 편이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나나세에게도 인간 친구가 있었다. 나나세가 학교에 학생으로 잠깐 머무를 때 마녀와 마법 등 각종 판타지 이야기가 섞인 책을 소개해주고 친구가 되었던 소녀 가나에. 그러나 곧 학교를 떠나야했던 나나세는 가나에와 나중에 꼭 한 번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진다. 이제는 희미해진 오래 전 기억. 가나에는 어느새 훌쩍 자라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성인이 되었지만 현실은 그녀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듯 팍팍하기만 하다. 우울한 마음에 찾은 밤바다. 그곳에서 잠시 삶의 끝을 생각하던 때, 가나에의 앞에 나나세가 다시 나타난다. 말하는 고양이와 함께 나타나 기분이 우울할 때 어두운 바닷가에 혼자 오면 안된다고 하는 붉은 머리칼의 소녀. 나나세는 여전히 소녀인 모습인 채였기에 가나에는 나나세를 한번에 알아보지 못했으나 이내 오래 전 만났던 친구였음을 알아본다.
6개의 짧막한 단편들과 나나세의 과거 이야기인 에필로그로 한 권을 구성해둔 책이다. 단편들 하나하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마녀가 살아가고 있는 지 보여주고 있었고, 나나세의 과거를 보고 나서는 왠지 조금 짠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마녀의 능력을 보면 수명도 굉장히 길고 능력있는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녀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한다. 재난이 일어날 것 같으면 사람들을 구하러 망설임없이 뛰어들고, 사고가 벌어지면 힘을 아낌없이 발휘해 구조하기도 하며, 병든 사람과 동물에게 치유의 약을 지어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다정하고 상냥한 능력자인 셈이다. 때문에 마녀의 이야기는 다 읽고 보니 제목 그대로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첫 이야기는 옛 친구를 자살충동에서 구해낸 붉은 머리의 마녀로 시작해, 천사의 미소 편에서는 재난현장에서 아이를 구하고 목숨을 잃은 한 마녀의 이야기가 나왔고, 비의 동화 편에서는 삶의 끝자락에 있는 오래 전 알고지낸 친구에게 마법약을 전달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밖에 전쟁으로 피폐해진 고향을 떠났지만 가족이 그리워 돌아가다 목숨을 잃은 한 아이와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죽은 아이의 염원을 이뤄주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작은 인형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다. 솔직히 2차세계대전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전쟁 소재를 굳이 쓰면서 이런 글을 썼어야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기본적으론 고통받는 사람들을 마녀가 구한다는 이야기는 맞다. 일러스트에 꽂혀서 보기 시작한 책 '마녀는 꿈을 지킨다'. 생각보다 잔잔했고 조용하게 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