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 외 28인 - 데카메론 프로젝트

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마거릿 애트우드를 포함해 세계적인 소설가 29명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격리된 순간에 영감을 받아 단편 소설을 써낸 것을 모아 출간한 책 '데카메론 프로젝트'. 단편 모음집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제목과 표지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처음엔 데카메론을 읽지 않았기에 책 정보를 보고서도 데카메론이 무엇인지, 무슨 프로젝트인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나중에서야 데카메론이 14세기 흑사병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조반니 보치카오가 집필한 소설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니까 데카메론 프로젝트란 '데카메론'을 집필했던 조반니 보치카오처럼 코로나로 격리되어 있는 동안 집필된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엮은 프로젝트인 셈이다. 뉴욕타임스 편집자들이 기획한 데카메론 프로젝트에는 그렇게 29개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펜데믹 즉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를 하며 작성한 단편들이서 그런지 내용에도 자연스럽게 전염병으로 인한 생활수칙들이 드러난다.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사람들, 마스크 없이 외출하지 않는 사람들, 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 등등. 지금 시대에선 당연시되는 생활을 소설로 보니 왠지 색다른 기분이었다. 소설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것처럼 지금 생활도 그리 다르지 않으니까. 외출 시엔 꼭 마스크를 챙기고 낯선 사람을 만나기에 조심스러우며 외출을 최대한 줄이고 싹튼 외로움을 참아가며 코로나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상황. 물론 소설에선 지금 상황보다 더 심한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아예 시간을 미래로 보내버리기도 하며 사람이 아닌 존재가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크게 보면 단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건 인간으로써의 고립감이 아닐까 싶었다.

단편의 갯수가 29개나 되는만큼 작가들이 말하는 각종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거리두기와 코로나로 인해 바뀐 일상 이야기들을 말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었고 간혹 다른 이야기들이 있었으나 같은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라 공감하며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제일 궁금했던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은 역시 독특했다. 미래를 배경으로 지구에 온 외계인들이 등장하고, 이 외계인들이 본 지구의 이상함을 말하고 있었는데 전작에서 다뤘던 페미니즘과 블랙코미디를 함께 보여주는 것 같단 느낌도 받았다. 문어처럼 생긴 외계인이 선생님과 부인의 호칭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구분을 못한다는 점이나 은하계간 위기 지원 프로그램으로 전염병으로부터 인간들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특히 더 그랬다. 그 외에 초반부에 봤던 전염병으로 고립되어 생존을 하루하루 확인받았던 단편이나 고립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탈출할 수 있는 반려견 산책을 상품화 시켜 장사를 했던 남자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다.

단편들이라 쉽게쉽게 이해되는 이야기가 많다고 할 수는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비슷한 상황에 같은 전염병으로부터 피하고 있어서인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변의 이웃인 것 같고 어디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프로젝트라는 제목에 걸맞는 단편모음집이었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고 답답함과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견디는지 혹은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다들 충실히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종종 들어서 짧은 글들을 읽으며 왠지모를 동질감과 함께 위로가 느껴진 책이었다. 

어려운 시기에 소설을 읽는 것은 그 시기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그 시기를 끈기 있게 버텨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 17p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너는 죽어야 할 운명임을 기억하라-는 

당신이 잊을지도 모르는 평범한 시간들을 위한 가치 있고 꼭 필요한 메시지다.

메멘토 비베레(Memento vivere)-너는 살아야 할 운명임을 기억하라-는 <데카메론>의 메시지다. - 1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