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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1년 4월
평점 :
히라이스라는 말은 웨일스어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뜻한다고 한다.
다소 독특한 단어라 궁금했었는데 이런 뜻이 있다고 밝혀두고 시작하니 소설이 더 흥미로워 보였다.
책은 한 주제 아래 단편 여러개가 모여있는 식이었는데, 즉 히라이스를 방문해 과거로 돌아가는 패키지를 구매한 고객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히라이스는 지점이 각 나라에 퍼져 있어서 여러 곳이 있으며, 아마 랜덤으로 뿌리는 홍보 명함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상대하는 가게였다. 손님은 자신이 떠날 년도를 정하고 목적에 따라 여행상품 패키지를 돈으로 구매한다.
캡틴과 세일러라는 마치 항해사들을 떠올리게 하는 호칭과 어느정도 과거에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패키지 상품은 이 소설의 가장 특이하면서도 재밌는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과거 여행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겠구나 씁쓸하기도 했고.
소설은 짧게 짧게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끊어 읽기에는 좋았다. 과거 괴롭힘 당하고 자살한 동생의 억울함을 풀기위해 과거로 증거수집 여행을 떠난 언니, 이산가족으로 만났지만 차라리 만나지 않았던 게 나았다며 과거를 바꿔버린 아들, 역사 속의 미스터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과거로 떠난 역사학자, 엄마가 아빠와 결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과거 여행을 떠난 딸 등등. 각자의 사연을 안고 떠난 과거여행은 각각의 흥미로운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뒤쪽에 나왔던 자신의 과거로 가서 후회했던 일을 바꾸고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되는 이태백 할머니의 과거여행과, 시한부 소녀가 떠난 과거 타이타닉으로의 여행이었다. 개인적으로 초반부보다 뒷내용이 좀 더 촘촘한 인연을 엮어둔 것 같기도 하고 메시지도 좋았단 생각이 들어서인지 인상깊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에피소드의 애정도가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히라이스의 명함을 발견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시점으로 무엇을 위해 여행을 떠날것인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었다.
돈으로 구매해야하는 상품이니까 아마 가격을 보고 고민할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몇몇 잘못을 고치기 위해 프리미엄권을 원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소설의 결말부도 마음에 들었던 편이고, 다소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이 많은 편이라서 부담없이 읽기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