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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 - 인생을 항해하는 스물아홉 선원 이야기
이동현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스물아홉, 커다란 배를 타고 항해하는 선원의 이야기다.
에세이로 처음 선원이 되어 배를 타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 겪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
배를 타고 항해한다는 것은 육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향한다는 말과 비슷한 것 같다.
배 안에서 이름이 아닌 숫자로 불리는 에피소드, 배를 타는 사람과 육지의 사람을 갈라 언젠간 육상으로 가겠다 말하는 에피소드,
항해할 때마다 대부분 바뀌는 낯선 동료들, 6개월 후면 다신 만나지 않을 남이 되는 동료들.
커다란 선박과 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다소 낭만적인 상상은 책을 읽는 순간 역시 상상일 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배라는 낯선 세계는 승선한 사람에게 감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차가운 철판사이에서 왔다갔다 일하는 감정없는 기계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다.
여러 나라를 오가는 외항해선은 조금씩 시차를 바꿔나가기에 생체리듬은 더욱 맞추기 힘들고 시끄러운 기계소리와 온통 찌든 담배냄새는 일상이며 배에서 일어나고 묻히는 폭력 사태 또한 존재한다. 오죽하면 요즘 승선하는 선원은 증거를 위해 녹음기까지 들고 탄다고.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덤덤해 보이는 문체 덕분인지 읽기엔 그리 힘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잘 읽혔다.
30대가 다가오며 생각하는 미래,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하는 불안감, 내가 잘 아는 일에 대한 생각.
그 모든 것들은 육지와 배를 갈라놓지 못했다. 사람으로 삶을 걸어가는 길 위엔 당연히 그런 것들이 놓여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에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이입해 볼 수 있었다.
책 속에는 중간중간 직접 타지 않으면 영원히 볼 일이 없는 배의 모습들도 사진으로 첨부되어 있어 배를 타는 일이 궁금하다면 어느정도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내가 그랬고, 간간히 함께 배를 탔던 연차높은 선원들의 이야기도 있으니 정말 직업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가볍게 보려고 시작한 책이었는데 정말 인생을 항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고독한 뱃사람이라서일까 많은 생각을 하고 또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뱃사람과 육지 사람의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 가족을 만나기까지의 기다림, 육지에 자신의 자리가 비어있는 시간에 대한 생각 등등.
어느 때는 위태로운 걸음처럼 보이고 또 어느 때는 항해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해서, 고독한 시간보다 마음이 충만한 시간이 좀 더 많아지기를 응원하게 되었던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