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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평점 :
대마도로 가는 싸구려 패키지 여행길. 하지만 각자의 사연을 안고 출발한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중간 정차지점에서 여행객으로 왔던 남자하나와 그 남자의 아들인 아이 하나가 사라지는 것부터 심상치 않더니 끝내는 버스에서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것도 휴게소에서 아빠와 함께 사라졌다는 그 아이의 시신이 토막난 채로. 곧바로 용의선상에 아이의 아버지가 오르고, 반인륜적인 범죄에 사회의 시선이 쏠리며 형사 박상하는 종적을 감춰버린 아이의 아빠 김석일을 찾기 위해 사력을 다하지만 그는 뜬금없는 곳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들어온다. 그리고 김석일의 전처 정지원이 돌아오며 사건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는데..
추리물보다 스릴러같은 성격이 강해서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이었다. 초반부부터 범인을 단정해놓고 시작해서 속도감이 있었고, 대체 왜 아이를 그렇게 죽여 유기했는지, 왜 또 다른 남자를 살해하려다 현행범으로 잡혔는지 궁금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날카롭게 벼려진 문체가 사회를 그대로 투영해내서 더 스릴러답게 소설을 보기도 했다. 물론 관광 버스의 짐칸에서 토막난 아이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사실도 섬뜩했지만 그보다 더 섬뜩했던 것은 아이가 죽은 일을 두고 자신만의 이익과 손해를 생각하던 사람들을 보는 게 더 섬뜩했다. 살해된 아이가 발견되어 여행이 취소되자 환불을 어떻게 해야하냐 묻던 관광객, 은연중에 가정폭력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싶어 선을 그었던 학교의 담임,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자 조롱거리가 되지 않기위해 아랫사람을 쪼는 경찰청장 등. 충분히 현실에 있을법한 사람들이라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런 소설이 으레 그렇듯 '패키지'에도 반전격인 이야기가 존재한다. 마지막까지 읽어야 알 수 있는 결말이건만 사실 유추하기엔 어렵지 않았다. 떡밥이 잘 뿌려졌다기보다 이런 구성이라면 이런 반전이 있지 않을까?생각했는데 그대로 맞아서 그게 더 신기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었고 묘하게 현실적인 스릴러라서 오히려 더 공감하면서 볼 수 있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사건에 계속 투영해서 보는 형사의 캐릭터가 그리 매력적이진 않았는데, 소설을 다 읽고 생각해보니 이것 또한 현실고증이 아닐까 싶었다. 트라우마를 쉽게 극복해내는 건 그야말로 소설 속의 인물로 비춰질 뿐이니까. 어쨌든 강렬하면서도 스피드있게 읽을 수 있어서 작가의 다른작품도 궁금해지던 소설이었다.
사람은 죽었지만, 제대로 세상의 맛을 보지도 못한 아이가 죽었지만,
차가운 관광 버스의 짐칸에서 남의 가방에 쑤셔 박힌 채 아이가 발견됐지만,
이들은 귀찮은 건 질색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 4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