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해리포터의 조앤 롤링을 제친 무서운 신인의 소설 '숲과 별이 만날 때'. 별 정보 없이 판타지라고 들었기에 모험판타지인줄 알았다. 몽환적이고 반짝이는 표지가 너무 예뻐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었고. 그런데 책을 펼쳐들고 시작된 이야기는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우기는 한 소녀 얼사와, 암을 앓고 유방과 난소를 적출한 조류학자 조,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달걀장수 게이브 세 사람의 힐링 판타지물이었다. 아무래도 해리포터를 제친 신인의 소설이라고 해서 전혀 다른 방향의 소설인줄 생각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재밌게 읽을 수 있던 책이다.


소설은 주인공인 조가 숲 속에서 바베큐를 해먹다가 자신이 큰곰자리에 있는 별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말하는 소녀를 만나고, 숲 속에 혼자 있는 소녀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음식을 나눠주면서 시작한다. 요정이 버리고 갔을 지도 모르는 아이, 바람개비 은하에서 왔다는 정체모를 소녀라는 초반의 내용 때문에 소설은 더욱 흥미진진했다. 게다가 몸의 주인이 이미 죽었고 이 몸을 잠시 빌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점이나 다섯개의 기적을 모두 보아야 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소녀의 말 덕분에 판타지 느낌도 물씬 났다. 혹시 소녀, 얼사에게 남다른 능력이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됐고. 책의 중후반부쯤에는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한다는 능력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 일이 생기기 전에 얼사 본인이 사고를 당하기도 하는 등 일이 벌어지니 능력이 왜 하필 이런 식으로 능력이 발동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은 얼사와 조, 게이브 세 사람이다. 새 둥지를 관찰하는 조류학자로 숲 속에 잠깐 머무르고 있던 조는 매번 계란을 사기 위해 게이브와 마주치면서도 접점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의 앞에 외계인 소녀가 나타나며 상황은 변한다. 얼사는 조와 게이브 두 사람의 집을 왔다갔다하며 두 사람을 계속 이어놓고, 방치된 얼사를 경찰에 신고하고자 하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도망가기도 한다. 때문에 점점 타의에서 자의로 얼사를 맡기 시작한 두 사람은 점점 가슴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하지만 세 사람을 덮쳐오는 위기는 길을 비껴가지 않았다.


암으로 어머니를 잃고 본인도 죽을 뻔 했던 조와 기막힌 가족사의 희생양이자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있는 게이브. 그리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사랑스러운 얼사. 얼사가 기적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 세 사람은 숲 속의 둥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상처받아온 마음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얼사가 중개자가 되어 풀어주기도 하고, 두 사람끼리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따뜻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특히 조와 게이브 두 사람이 얼사 문제때문에 골머리를 앓을때면 내 이야기 하는거냐며 천역덕스레 묻던 얼사가 귀여웠다. 


소녀의 정체가 정말 외계인인가 아니면 조와 게이브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저 똑똑한 꼬마일 뿐인가하는 문제는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낼 수 있다. 명확히 못을 박아두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얼사가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는 쪽으로 결론을 내기로 했다. 다 읽고보니 소설은 분명 일반적인 판타지소설은 아닌 것 같다. 외계인이 나와서 판타지인가 했다가, 조와 게이브의 로맨스인가 했다가, 갑자기 총격전이 벌어져서 스릴러인가 했다가, 결말부에서는 어찌됐든 상관없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굳이 따지자면 힐링 판타지에 훨씬 더 가까웠던 소설. 조용하고 몽환적인 숲을 절로 떠올리게 될 만큼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읽히는 소설이라서 좋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엄마가 많이 편찮으실 때 

태비가 날 억지로 데리고 나와서 이상한 일들을 시켰어요.

나의 우울한 작은 나라의 국경을 벗어나면 

크고 멋진 세계가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면서. - 4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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