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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 여인의 초상화 속 숨겨진 이야기
이정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명화 속에 등장한 여자들의 이야기만 모은 책 '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라는 마크와 더불어 부들부들한 표지의 촉감, 홀로그램 박 덕분에 첫인상부터 몹시 기대되는 책이었다. 더구나 목차를 쭉 훑어보고 난 후에는 궁금해졌던 이야기가 있었다. 지난 1000년의 회화 여정 속에서 다양하고 선명한 여정을 남겼다는 여인들. 책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 중엔 조금만 관심이 있었다면 알고 있을 사람도 있었고, 이 작품의 모델이 따로 있었구나했던 그림도 있었으며, 명화 뒤에 이런 이야기가 숨어있었구나 싶었던 그림도 있었다.
책의 첫 장은 폼페이 벽화에 그려진 고대 그리스의 시인 사포의 그림으로 시작한다. 서기 55~79년에 그려진 것으로 추측하는 프레스코화. 하지만 상태가 굉장히 좋아보여서 놀랐다. 그리스 시인 사포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었으나, 그림으론 처음만나는 것이라 첫 장부터 확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에 수록된 그림들은 대부분 시대순이라고 보면 된다. 고대의 여인들을 그린 그림들부터 시작해 마지막엔 지극히 현대적이며 개성적인 그림들까지. 여인의 발자취들을 따라가다보면 시대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또 그 시대의 가치는 어땠는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던 것은 표지를 장식한 그림 '오필리아'였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등장인물 오필리아의 비극적인 죽음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비극적인 죽음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한 시대, 그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몇 시간동안 차가운 물 안에서 고생한 오필리아의 모델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더 놀라웠다.
예술이 시작된 이래로 여성은 수많은 그림에 등장해왔다. 나신의 여인은 여신과 님프 정도만 그릴 수 있었을 때도 있었고, 신과 종교적인 그림은 이상적인 신체비율로만 그려야 할 때도 있었으며, 평범하기만 한 일상 그림이 파격적이란 소리를 들었을 때도 있었다. 그런 모든 시대를 지나 누구도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은 사회의 소외계층이 등장하고 점점 더 개성있는 모습의 여인 그림들이 등장하는 걸 보니 새삼 많은 발전이 있어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그림이든 사회의 시선이든. 어쨌든 개인적으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깊이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몇몇 알고있는 그림도 있었지만 여성의 모습에 집중해서 그런지 새롭게 보는 느낌이었고, 그림을 그린 화가의 상황이나 당시의 시대상들도 적절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그림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배경지식이 없어도 편하게 읽고 정보를 알아갈 수 있어서 재밌게 읽었던 책이다.
그녀들의 삶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인간적이었다.
지금의 우리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고
사랑에 아파하고 때로는 비참하고, 때로는 환희에 넘쳤다. - 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