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 350만 원 들고 떠난 141일간의 고군분투 여행기
안시내 지음 / 처음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스물 두 살, 350만원을 가지고 141일간의 세계여행을 떠난 여행작가 안시내의 여행기다.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이라는 제목이 무척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었고,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썼던 두 번째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어서 개정판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잊고 있었던 사이 예쁜 옷을 입고 다시 독자들을 만나러 온 기분이었다. 


155센티의 아담한 키에 돈을 벌기 위해 안해본 것이 없다는 작가님은 오직 여행을 떠나고 싶다라는 일념 하나로 여행을 결심했다. 하지만 악화된 집안 사정에 모은 돈을 모두 보태고 나니 남은 돈은 350만원. 지금 나갔다가 돌아오면 정말 다시는 떠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행준비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141일간의 세계여행이 시작되었다.


전에 읽었던 책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작가님은 참 용감하면서도 긍정적이다. 본인은 낯선 나라로 떠나면서 겁쟁이라 많이 울었다지만.. 시작도 못하는 겁쟁이도 여기 있으니 용감한 편인게 확실하다. 저렇게 기운차게 여행을 다닌 건 젊은 패기때문이었을까, 여행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을까. 아마 두 가지 모두 적절하게 섞인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에피소드 대부분에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기운들은 사람을 몹시 끌리게 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았다.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여행지에서 어떻게 저런 사람들만 만날수 있지?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는데, 어쩌면 작가님의 그런 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야기들을 쳐낼 건 쳐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금방 사람들과 친해지고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고. 지독히 내성적이고 겁이많은 나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다른 세계였다. 다음생에나 가능하려나 싶을 정도로. 그렇지만 여행을 하며 변해가는 감정과 문득 튀어나오는 외로운 독백들에는 공감을 많이 했었다. 주변에 익숙한 것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땐 꼭꼭 숨겨두고 가공된 모습을 보여주고, 혼자 있을 땐 편하게 혹은 왜 그랬지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들. 그런 시간들이 여행을 하며 이어지고, 또 여행지에서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는 게 한편으로는 벅찼고 또 한편으로는 마냥 좋았다.


괜히 바보같은 짓을 하고 짓궂은 표정을 짓고 그냥 남들이 나를 바보같이 행복한 아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했다. 그렇게 하면 남들과 다른 내 삶을 알아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58p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하고 있지만 책은 편하게 읽힌다. 개정판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6년전 일을 읽고 난 이후 2020년의 작가님이 따로 첨언하신 부분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있고, 그 후엔 어떻게 되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서 몇 년 뒤엔 어떻게 됐을까하는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었다. 그리고 가장 의외였던 건 스스로가 떠난 여행에서 천운이 따랐고 무식하게 용감했고 무모했다고 말했던 점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아.. 본인도 알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중간중간 여행기를 읽으며 너무 빛나보이는 사람이 외로워하는 모습에 울컥하기도 하고 그 곳에서 사람들과 있었던 일들에에 울컥하기도 했다. 여행지에서 들었다는 말 한마디가 전혀 생각도 못했던 가슴을 치고 지나갈 때 특히 더했다. 작가님처럼 저런 여행을 할 수 있으면 가슴이 조금은 충만해질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 올 수 없는 어린 날의 반짝이는 순간 생각에 공허한 마음도 들었던 복잡한 책이다. 여행의 테마가 사람 냄새나는 여행이라고 말했던 작가님은 돌아와서 많은 것이 변하진 않았지만 좀 더 단단해졌다고 말한다. 여행하는 동안, 모르는 곳에서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말과 여행 후기를 보고있자면 나도 모르는 나를 찾기 위해 혼자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