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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느 날 - 기댈 곳 없는 사람과 갈 곳 없는 고양이가 만나 시작된 작은 기적
11월 지음 / 아라크네 / 2020년 2월
평점 :
강아지보다 고양이라는 생각으로 귀여운 고양이들의 사진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다못해 이젠 고양이 에세이까지 집어들었다. 사실 책 겉표지에 있는 고양이 표지보고 작은 주인님을 둔 집사의 귀여운 일상이지 않을까 했는데.. 내용은 생각외로 분위기가 절절했고 안타까우면서도 먹먹한 사랑고백이나 다름없었다. 기댈 곳 없는 사람과 갈 곳 없는 고양이. 그 말이 딱이었다 정말. 서로 가장 필요할 때 만나 마음을 나누게 된 사람과 고양이. 저자는 고양이 '감자'를 만난 뒤로 인생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했다.
감자를 만나 위안을 얻고, 살아갈 힘을 얻고, 또 한마리의 반려묘 보리를 데려오고. 지난 날과는 다르게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는 동안에 나도 위로를 받고 고양이들에게 점점 빠져드는 것 같았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이혼하고 자식 셋을 데리고 사는 삶이 왜 고단하지 않겠느냐만은 그래도 저자는 감자와 보리를 보며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가족에게서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고 힘을 받지 못했다는데 어느날 도로변에서 만난 고양이 한 마리가 정말로 인생을 뒤바꿔놓았다.
책 속에 수록되어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일상에서 하나 둘 찍어둔 사진들을 보며 왜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입장에서 보면, 정말 저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묘사해 둔 고양이들의 행동을 보면 사랑할 수 밖에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들을 향한 애정표현 또한 사랑이 듬뿍 묻어난다. 게다가 가끔 반려동물들의 인식에 대한 말을 할 때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일들이 있어서 좋았다.
책 표지 뒤편에 추천사에서 말하길 남의 집 고양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해지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더니 정말이다. 나도 감자와 보리같은 고양이를 모셔오고 싶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책이다. 그리하여 어느 날, 나에게도 선물같은 인연이 찾아온다면 그것을 꼭 붙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따뜻했던 감자와 보리와의 시간이었다. 남의 집 고양이들을 봤을 뿐인데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책의 제목처럼 그리하여 어느날로 시작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결말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단란한 식구들이 모두 오랫동안 행복하기를 빌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