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컵이 뭘까?
사토 오오키 지음, 이여주 옮김 / 문공사 / 2020년 1월
평점 :
작고 귀여운 책이었다. 컵이 뭘까? 책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같은 제목이었는데, 정말로 아이와 같이 봐도 좋을 책이었다. 단순히 컵이 뭘까?라고 묻는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의도와 많이 벗어나는 길이다. 책의 제목은 한 문장의 단순한 질문이지만 띠지에 적혀있는 것처럼 보는 방법을 바꿔보자는 의도로 던진 질문이었다. 단순하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컵. 그 컵은 책의 페이지 내내 변화하고 또 변화해서 새로운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싶었을 정도로.
책 속에서 일반적인 컵이었던 것은 디자이너의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이런 용도로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컵 속의 내용물을 저을 티스푼이 없을 때 컵의 아랫부분이 뾰족하게 변해서 팽이처럼 뱅글뱅글 돌아가기도 했고, 컵 안에 벽을 만들어 아랫쪽에 쿠키를 넣을 수 있는 서랍을 만들기도 했다.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일반적으로 컵에 할 수 없는 행동을 서슴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컵의 아래부분을 계단처럼 변화시킨다거나, 길게 늘인다거나, 혹은 컵을 톱으로 절단하는 식으로 현실에선 불가능한 방법들을 그림으로 재밌게 풀어내고 있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사토 오오키의 짧은 그림책은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자극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펼쳐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마지막에 저자가 말했듯이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선에 정답은 없고, 새로운 발상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보여준다라는 것이 책의 목적인 셈이다. 물론 그건 순전히 어른의 입장으로 보면 그렇고, 아이에게는 재밌는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내용이 될 것 같았다. 생각보다 저자의 상상력이 재밌어서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어른이 봐도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을법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