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는 말들 - 사회언어학자가 펼쳐 보이는 낯선 한국어의 세계,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백승주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히 이 책을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프롤로그 부분의 질문들 덕이다.

'왜 지역방언(사투리)은 TV나 영화에서 개그 소재나 폭력의 언어로 소비되는가?'

'지방의 여성들은 왜 남성들보다 표준어를 더 빨리 익히고 더 잘 구사하는 것일까?'

'강호동이나 김제동 같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방송 진행자들이 있는 한편,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진행자는 왜 없는가?'

평소 그냥 넘겼던 현상들에 '왜'라는 질문을 붙이니 우리의 언어가 다르게 보이고 느껴졌다. 

이런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이 책을 읽는 과정이 되었다.

이 질문의 답을 이 책은 '힘'에서 찾는다.

사회적으로 힘이 약한 집단 또는 개인은 힘이 센 언어의 위세를 빌려 와 자신의 약함을 벌충한다.

제주도 사람들이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제주 말을 버리고 서울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제주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힘이 약한 집단에 속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버릴 이유가 없다.

TV나 영화에서 '사투리를 쓰는 여성'을 생각해보자.

시골의 무지몽매한 할머니, 혹은 혀짧은 소리로 '오빠야~'하는 여성, 욕지거리를 섞어 쓰는 억센 '아줌마'가 떠오른다.

비표준형을 사용하는 여성은 통제할 수 없는 야생의 존재, 계몽되지 않은 존재로 취급당한다.

반면, 표준어를 사용하는 여성은 계몽된 존재, 정숙한 여인으로 인식될 확률이 높다. 자기 본래의 '목소리'를 낼 수 없어 표준어를 사용했는데, 그 순간 사회의 질서에 순응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언어에 권력에 프레임을 씌우지 않을 때, 우리는 우리의 순수한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언어가 권력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쓰이지 않도록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해야겠다.


본 서적은 리딩투데이에서 지원하는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