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의 움직이는 찻집
레베카 레이즌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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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는 하루아침에 남편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것을 계기로 그동안의 삶과 전혀다른 삶을 살게 된다.

처음 시작은 술로 인해 기억도 안나는 선택이었지만 그로 인해

그동안 했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그 동안 만났던 사람들과 다른 삶의 방식, 삶에 자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이런 일들은 로지에게 삶을 대하는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로지는 그동안 예전에 생각 없이 샀던 물건들을 떠올려본다.


"없으면 안 된다던 청바지, 하지도 않으면서 충동적으로 산 화장품, 분에 넘쳤던 아파트의 인테리어 용품(이후에 기증했다), 일하는 동안 한 번도 한 적 없는 비싼 액세서리, 이제는 구닥다리가 된 전자기기. 그런 게 있으면 내 안의 구멍과 공허감을 채울 수 있을 줄 알고 힘들게 번 돈을 허투루 낭비했다. 이제 인생의 변화를 겪어보니 그런 물질적인 것들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는커녕 내 발목을 잡고 빚을 안겼고 나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 생활방식을 유지하느라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겠다."_356쪽


이 부분을 보고 나는 나의 삶과 닮아 있어서 너무나 깜짝 놀랐다.

충동구매를 하지 않겠다고 몇날 며칠을 고민했지만, 결국은 '없으면 안될 것같아서 산' 많은 옷들, 바르는 순간 나의 외적 고민이 모두 사라질 것같아서 산 화장품, 불필요한 인테리어 용품, 한두번 밖에 하지 않은, 전혀 실용성 없는 악세사리, 비싼가격에 샀지만 1,2년 사이에 구닥다리가 된 전자기기....결국 그런 물건들이 내 '공허함'을 채워줄거라는 기대감을 샀지만, '공허함'의 원인이 그것이 아니였듯이, 그런 것들이 내 공허함을 채워줄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런 것들로 인해 나는 원하지 않는 일을 더 많이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로지의 움직이는 찻집'에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맥스'는 얼핏 모순적이기 때문에 더 매력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모습들...덩치가 크고 문신을 새겼으면 거칠고 거만할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것과 달리

맥스는 자유롭지만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존재이고,

'채식'을 할 정도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깊이 있는 철학을 가졌다.

너무 전형적이고, 짐작가능한 인물보다 이렇게 반전이 있는 인물이 더 욱 매력적이다.

로지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삶에 대해 생각이 바뀌듯 우리도 로지의 삶을 따라 생각의 흐름이 다양하게 흘러간다.


아마, 인생과 삶을 보는 시각의 변화..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여행을 떠나서 일상과 다른 곳을 보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내가 로지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며칠간의 여행에서 돌아가

나는 아마도 떠나지 못하고 그대로 일상을 살았을 것같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그건 그냥 '선택'의 문제같다.

'다른'삶은 있어도

'정답인 삶', '맞는'삶은 없을 것이다.

로지가 런던에 머물면서 자신이 그동안 일구어오던 삶을 계속 살아가든,

그동안의 삶을 벗어던지고 핑크색 캠핑카와 함께 그동안의 삶을 리셋하든 그건 '선택'의 문제다.

우리모두는 가보지 않은 길에 미련이 남는다.

로지가 우리가 가보지 못한 '떠나는 삶'을 대신 살아준 기분이다.

로지를 통해 '가보지 않을 삶'을 엿봤으니 됐다.

지금도 여전에 일상을 삶을 계속 살고 있는 우리 대다수의 삶을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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