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윤성근 엮음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헌책방에 들러본 것이 언제인지 정말 까마득하다. 학창시절 얇은 지갑을 들고 전공서적을 구하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던 기억이 마지막인 것 같다. 온라인 서점의 편리함 덕분에 골목길을 지키고 있던 헌책방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헌책방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아련한 향수도 점점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주인이 몇 번이고 바뀐 나이든 책들이 뿜어내던 독특한 책냄새가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이 책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책장 속 오래된 책장을 넘길때 코끝을 간지럽히는 구수한 헌책 냄새같은 책이다. 누군가 책장속에 남겨두고 간 추억과 신념과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책속에 담겨진 사연들은 1970~90년대의 이야기다. 헌책 구석에 손글씨를 남긴 주인공들 중 대부분은 지금쯤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어있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들이 한자한자 눌러쓴 문장들은 중년의 중후함이 아닌 풋사과 같은 철부지의 고민이 느껴지기도 했고, 피끓는 청춘의 사랑이 느껴지기도 했다. 만약 헌책 속 글씨의 주인공이 이 책을 보게 된다면 눈물겹도록 돌아가고 싶은 젋은날을 회상하게 되겠지.....

 

 

책속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듯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것을 고스란이 책으로 옮겨놓은 이 책을 보며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었다. 책속에 고이 숨겨둔 누군가를 향한 사랑의 편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에 흐믓한 웃음이 그려졌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변해도 젊은시절 느끼는 감정과 우정, 무언가에 대한 신념과 열정은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약간의 사고방식은 변할지도 모르겠지만....

 

 

 

 

참 여운을 많이 남기는 책이다. 책으로 손글씨를 읽어볼 수 있는 특이한 경험도 그랬지만 나름 힘든 시기를 겪은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욱 그랬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보다 몇 배나 긴 속뜻을 간직한 이야기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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