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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공간 - 남자는 가끔 행복한 혼자를 꿈꾼다
이문희.박정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남자는 가끔 행복한 혼자를 꿈꾼다"

사는 것이 팍팍하고 힘든것이 하루이틀전의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두번의 고비를 거치기 마련이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이겨내거나 견디거나 피해가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다만 그 옛날과 지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빠라지면서 극복해야할 어려움과 고비가 다양한 모습으로 더욱 빈번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백수가 과로로 죽었다'는 말처럼 누구나 힘들겠지만, 살기 힘들어지는 속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남자들의 삶이 아닐까 한다.
일부 이의를 제기하는 여성분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예전(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여성의 삶은 상향곡선, 남성의 삶은 하향곡선을 그리고있는 것 같다. 사실 남성과 여성의 단순한 물리적 평등이 아니라 서로의 생물학적 특성을 고려한 상대적 평등이라는 개념에서는 평등을 넘어서 역차별의 시대에 살고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으니 말이다.(꼭 내가 그렇다는건 아니고..ㅋㅋㅋ)
어째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책 [남자의 공간]은 힘들고 지친 우리 남자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다. 부모의 아들로서, 아내의 남편으로서,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어느 조직의 일원으로서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남자들을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이문희씨와 박정민씨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심리상담사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두 전문가가 들려주는 남자들의 말못할 속사정과 그것을 다스리는 특별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저자는 외롭고 지친 남자들의 치유를 위해 혼자만의 공간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마치 어린시절 부모님에게 혼나고 혼자 숨어들어 속상함에 눈물지엇던 골방 같은...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오롯이 자신만의 공간 말이다. 치유의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인 특정 공간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안의 공간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조용히 명상을 즐길 수 있는 혼자만의 물리적 공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과 직장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 마음속 깊숙히 자신만의 골방을 마련해 두고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모두 세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1부 '남자 홀로 골방에 가다'는 일상생활에서 심리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치유를 위해서는 우선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1부에서는 저자들이 상담한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토대로 이시대를 사는 남자들의 속깊은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2부 '남자가 마주해야 할 여섯 가지'는 자신만의 공간에 들어가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3부 '남자의 눈물은 아름답다, 골방을 나서며'에서는 치유의 방법과 그 과정을 알려준다.

우리는 고통을 반복해서 격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된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결혼 후 다시 남편의 가정폭력에 고통받는 경우나, 강압적인 어머니를 둔 사람이 다시 성격이 드센 여자와 결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이런 현상을 '반복 강압(Repetition Compulsion)'이라고 한다. 즉 어린 시절 사랑을 주지 않았던 부모님과 유사한 배우자를 만나서 받지 못했던 사람을 지속적으로 받으려고 하거나, 익숙함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무의식적인 선택이라고 한다. 낯선 건강함보다 편안한 병리가 때로는 더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어린시절 성장과정에서 겪었던 어떤 일들로 인해서 성인이 된 후 정신과 행동을 지배받는 경우가 많이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핵심감정(어린 시절부터 반복해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도 마찮가지 개념인 듯 하다. 이렇게 우리의 무의식 중에 자리잡고 있는 잘못된 경험과 생각들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찬찬히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드려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문제를 감정적으로 느끼고, 문제의 원인을 과거에 있으며 내가 현재를 과거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삶의 방식을 바꿔보려는 작은 노력이 치유의 과정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스스로를 단련시켜야 한다." _ 3부 남자의 눈물은 아름답다, 골방을 나서며. 중에서...
책을 다 읽고나서 남자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빠져서 나를 표현하고 내 속마음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방법을 모르고 살아왔다. 아니 그렇게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질까봐 억지로 외면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혼잡한 세상속에서 힘들게 삶의 무게를 버티며 하루하루를 살고있는 이시대의 남자들이 이제는 조금더 자연스럽게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고,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도록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