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가다 - 복지국가 여행기 우리시대의 논리 16
박선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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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여행기"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대선공약이 화재다. 복지정책으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무상교육, 무상급식, 무상의료그리고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확대 등 저마다 그를듯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복지재원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비판도 많이 보도되고 있다. 재원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의욕만 앞서서 큰소리만 치는 사람들은 당연히 질타받아야 하겠지만, 제대로된 복지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부 정치인의 야무진 계획이나 의욕만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복지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스웨덴을 보면 의외로 답을 쉽게 찾을 수도 있다.

 

현재 진보정당 보좌관인 박선민씨가 10일간의 스웨덴 여행기와 그곳에서 보고 느낀 복지에 관한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있다. 개인적으로 스웨덴 복지에 관한 몇몇 책을 읽어봐서인지 별로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이 조금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스웨덴을 여행하며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사실들에 대한 기록이라는 점으로 현재 스웨덴 사회 변화를 잘 전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또하나는 저자의 시각이다. 진보정당 보좌관이라는 직책에 맞게 약간 정치적인 시각이 조미료처럼 책 전체에 뿌려져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이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스웨덴 정치와 복지정책의 중심이 있는 주요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스웨덴은 자본가의 생산수단 소유를 인정한다는 면에서 '자본주의'이고, 분배의 정의를 제도적으로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사회주의'라고 할 수 있다. 즉 스웨덴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 사회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다. 복지국가 스웨덴은 특별한 노사관계에서 비롯되었고, 이러한 노사관계는 1938년 살트셔바텐협약에서 시작되었다. 노사 분쟁사항은 국가의 개입없이 노사간의 자율적 협의를 통해 해결하기로 약속한 이 조약으로서 현재 까지도 스웨덴 노사의 중요한 지침이 되고있다.

 

해방이후 지속적으로 자본주의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애초부터 스웨덴과 같은 복지정책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빨갱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주의 정책을 받아들인 사회민주주의의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복지가 가야할 길이 인간을 기본으로 하는 보편적 사회복지 체제의 확립일 것이고, 그 길에는 국민의 신뢰와 노사간의 특별한 유대관계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확인했다.

복지가 좋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세금이 많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더 낳은 복지를 원하지만 세금을 더 내고싶어 하지는 않는다. 자기가 번돈을 만져보기도 전에 누군가가 가로체간다는 생각에 세금을 더 내면 손해라는 생각부터 한다. 저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공감가는 말을 전한다.

 

[아, 세금, 세금이 문제다. 세금을 많이 내라는 정책은 아무래도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다. 나부터도 세금을 더 내라면, "걷어서 뭐 할건데?"라고 되물을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당연한 질문 아닌가. 내가 뼈 빠지게 일한 노동의 대가에서 떼어 간 세금이기 때문에, 성희롱이나 하고 다니는 정치인 월급을 줄 것인지, 국민들은 하지 말라는데도 죽자고 하는 강 파기 사업에 쓸 것인지, 하다못해 필요도 없는 동네 보도블록 교체에 쓸 것인지를 알 권리가 있다. 6. 청바지 입은 4선 의원의 사민당 이야기. 중에서...]

 

스웨덴은 '어디에 쓸건데?'라고 굳이 묻지 않아도 될만큼 많은 부분을 복지사업에 투자하고 있고, 스웨덴 국민역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어디에 쓸것인가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스웨덴 정부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전체에 걸친 저저의 시각과 생각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그가 만난 사람들과 방문한 기관의 이야기에서 스웨덴 현재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서로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도 복지에 관해서는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특히 "돈 많이 벌어 잘살면 좋지요"라고 말하던 민박집 청년이 덧붙인 한마디가 마음에 남는다.

"다 같이 잘살면 더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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