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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속이는 말들 - 낡은 말 속에는 잘못된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평점 :
이 책은 지금까지 제가 커가면서 어른들에게 흔히 들었던 익숙한 말들이 얼마나 우리를 갉아먹으며 속이고 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첫 번째 파트는 '인간에 대한 편견의 말'로 6가지 말이, 두 번째 파트는 '세상을 왜곡시키는 말'로 6가지 말로 나누어져 정말 흥미로운 주제들로 저를 이 책을 읽는 내내 몰입시켰습니다. 그 중 가장 제가 듣기 싫은 말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와 같은 '나머지는 안 봐도 비디오야'라는 정말 듣기만 해도 맥빠지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 사람이 타인을 판단할 때 일상적으로 던지는 말로 일부만 보고도 전체를 알 수 있다는 뜻이며 무심코 드러낸 한마디 말로 생각이나 성품을 짐작하고 어느 날 접한 행실 하나로 평소 행동거지 전체를, 나아가서는 어떤 사람인지 얼추 알 수 있다고 여기는 것에 저도 이 책의 저자처럼 뭔가 저의 생각을 조종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과 습관, 행동에서 단서를 찾아 개인 특성을 판단하는 사고방식에 대해서 프랑스의 푸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혼외 자녀 보도 사건과 함께 파헤쳐보면서 행동 하나가 인간 전체를 단정짓는 것이 섣부르고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또한 성인으로 불리는 공자만 해도 일관된 생각과 행동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고전 이야기와 함께 한나 아렌트의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점을 갖게 해주어 저에게 갖고 있는 편견이 얼마나 뿌리박혀 있는지도 깨달았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오만이고, 한번 생긴 편견을 확대 해석하고, 하나의 행동을 통해 사람을 자기 나름대로 판단하면 이후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자의적,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게 됨을 아주 논리적으로 알려주어 인간이 어떻게 섣부르게 내린 판단에 맞는 정보만을 선택하고 합리화면서, 편견은 더욱 강화되고 확대되는지에 대해 제대로 납득시켜주어 열을 봐도 하나조차 알기 어려운 게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요구가 어떻게 인간을 벽화시킬 수 있는지, 공부를 하는 시기가 무조건적으로 정해졌는지, 위아래가 없는 우정에 대해서, 인간은 꼭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지,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 상식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청춘의 희망, 진정한 욕구와 허위의 욕구의 구분 짓는 방법, 감정의 상품화에 대해서, 정치 불신이 만드는 정치적 무관심, 모성애가 여성에게 강제하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탐구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흔한 말들의 편견에서 벗어나 더욱 상대방의 말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