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랜드

언더랜드 - 심원의 시간 여행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7월

우리는 발 밑에 있는 지하 세계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저는 가끔 걷다보면 내가 딛고 있는 땅 밑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지 호기심이 생기는데요, 다양한 궁금증들을 탐구할 수 있는 진정한 자연과학 책인 <언더랜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과학적으로 지구 지질학 전공 서적을 읽는 다는 것은 저에게 너무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너무 두려웠지만 이 책은 읽는 내내 몰입되었고,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표지부터 정말 언더랜드에는 어떤 것들이 펼쳐질지 기대되었는데 부제목 또한 '심원의 시간 여행'이라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심원의 시간은 시와 분, 연이 아닌 세와 누대라는, 인간의 시간을 하찮게 만드는 단위로 측정된다라며 돌, 얼음, 종유석, 해저퇴적물, 지질구조판의 이동으로 기록된다고 하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특히 어둠은 '보기' 위한 수단이고, 하강은 박탈이 아닌 드러내기 위한 움직임이고, '이해하다'라는 동사에는 무엇인가를 완벽하게 알려면 그건의 아래를 지나가봐야 한 것과 '발견하다'는 내려가서 빛을 가져오다라는 뜻이라는 점을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이 '어둠 속을 여행했다'라고 했다는 표현은 이 책의 초반을 확실히 기선제압했습니다. 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지질학자들과 고생물학자들은 공룡 발자국같은 '생흔화석'이라는 용어를 쓴다며 생명 그 자체가 아닌 생명의 흔적이 암석에 기록된 표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우리도 망자와 사라진 이들이 남기는 편지 봉투에 쓴 손글씨, 수많은 발걸음에 닳고 마모된 나무 계단, 떠나간 누군가의 익숙한 몸짓에 대한 기억도 너무 자주 떠올라 허공과 마음에 모두 새겨진 것이라 말한 것도 깊게 공감되었습니다. 상실이 남긴 모든 것이 흔적이라고 표현한 것에 이 작가가 왜 베스트셀러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작가가 겪우 수중 미로에 접근하여 돈 셜리가 말한 평온의 경지를 경험, 진주처럼 하얗고 희미한 띠가 불가능할 정도로 높이 솟아 떠 있는 이너 아이스 등의 진귀한 경험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