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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평점 :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의 해석을 내놓는다. 역사학자들은 과거의 사실들을 반추하여 미래 일어난 일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본다. 과학자들은 끊임없는 관찰과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법칙을 발견한다. 그것을 발판 삼아 자신만의 이론이 담긴 공식이나 법칙을 발표한다. 철학자들은 세상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동시대인들 혹은 과거 사람들의 생각을 통해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세상에 발표한다.
바로 이 책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한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사실과 허구를 섞어 놓았지만, 각 인물들의 삶을 사실과 가깝게 구성하려고 노력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였던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슈바르츠실트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방식의 질문들을 던진다. 사실 20세기라는 시대상을 이해한다면 이들의 질문은 인류에 대한 고민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근대 이후 인간 이성이 합리적이라고 믿은 인류는 종교를 배척한 채 끊임없이 자신의 사고를 확장해나갔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합리성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해서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결국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상황을 맞이하게 했고, 이는 엄청난 재앙을 몰고 갔다. 또한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인명 피해는 기존의 전쟁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컸고, 많은 사람은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슬픔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학자들의 고민은 더 컸을 것이다. 자신이 연구하는 학문이나 법칙이 또다시 누군가를 죽이는 도구로 사용되지 않을까. 과연 내가 연구하는 학문이 인류 발전을 위해 필요할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러기에 이들은 연구하는 내내 자기 내면과의 보이지 않는 싸움을 했을 것이고, 그것은 자신의 심연을 확장시켜 나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단순히 우리가 아는 과학의 법칙이 아니라 이들이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싸웠던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한히 신뢰받는 과학의 끝자락에서 그들은 어쩌면 인류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은 우리가 아는 그리스도교의 신과는 거리를 둔다. 이 신은 스피노자가 말한 자연 속에 존재하는 신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점점 과학의 자리에 신이라는 자리가 생겨났고, 무한히 신뢰받는 과학이 아닌 신의 자리를 발견하고, 인류가 놓인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려는 과학자들의 시도가 담긴 말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에, 함께 공존해야 할 때 비로소 인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이 과학자들은 20세기를 살아가면서 발견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