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니체 -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장재형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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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지금도 살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다. 

신자유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도태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사람이 많은 전철, 버스를 타고 회사로 출근한다. 전쟁 같은 출근길. 서로 경쟁하듯, 회사로 출근한다. 그렇게 떠밀려 출근한 직장은 소리 없는 또 다른 전쟁터이다. 전쟁터에서 서로 칼과 총을 드는 대신, 컴퓨터 앞에 자판과 전화기로 자신이 옆에 사람보다 나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회사에 취직 전에도 수많은 사람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어 회사에 채용되었지만, 그것은 회사에서 더 치열하게 이어진다. 내 옆에 있는 동료들도 모두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번아웃(Burn-out)이 찾아오지만, 통장에 있는 잔고, 내일 내야 할 납부서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내일로 미룬다. 그러다 보니, 삶은 고통이고, 행복은 사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30대, 40대 직장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기약 없는 퇴근 시간, 어찌어찌 집에 도착하면, 텔레비전이나 SNS에는 우리가 누릴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면 하루를 열심히 산 나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살 수 없는 나의 모습을 탓을 하거나 나를 저렇게 태어나지 못하게 한 부모님을 원망하게 되고, 그대로 잠자리에 들게 된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니, 마음의 상처는 깊어지고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어진다. 삶의 여유는 그냥 사치처럼 느껴질 뿐이다. 


삶의 회의감이 들 무렵, 니체의 철학은 우리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니체를 경쟁에서 속물화되고 천민화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인간의 정신적 깊은 곳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라는 주제를 가지고 쓴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는 것, 인생의 여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물론, 우리는 우리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세상의 한계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답게’ 사는 것이다. 니체가 건강상의 이유로 교수직에서 물러나 자신만의 철학 연구에 더 몰두하였다. 이로써 그는 ‘지금 여기’를 중요한 삶의 가치로 깨닫게 되었다. 삶의 의미는 ‘어떤 좋은 조건이나 결과’를 갖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자신이 생각한 삶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 그 안에서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니체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은 물리학에서 ‘에너지 보존의 법칙’처럼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아있는 ‘영원회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훗날 이 사상이 한나 아렌트에게 영향을 준다. 한나 아렌트는 진정한 힘에 의지를 가진 사람만이 반복되는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진정한 힘을 가지기 위해선 나의 현재 삶의 조건에 대해 더 가치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과거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현실을 고귀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니체는 고귀하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돈을 위해, 명예를 위해 나의 추악한 모습마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책임지며 강하고 솔직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임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자기 삶을 부정하는 데서 오는 쾌락으로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자는 병든 사람이라고 니체는 정의한다. 니체는 우리가 고귀한 자로 양육되어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물론 니체의 철학은 꾸준히 비판도 존재했다. 그러나 니체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고, 존중해주라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을 사랑할 때, 비로소 세상의 다른 것들도 소중하다는 것이 보이고, 그로 인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게 될 거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마흔, 우리는 니체를 읽어야 한다. 단순히 읽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상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통찰했으면 좋겠다. 내가 왜 일을 하는지, 내가 무엇 때문에 하루하루 힘들게 돈을 버는지 말이다. 단지 경쟁이 아니라, 젊은 시절 내가 꿈꾸었던 것들을 향해 달려갔던 그때처럼, 욕심보단 현재의 조건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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