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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 다다타카 - 일본을 측량한 사나이
도몬 후유지 지음, 이용화 옮김 / 논형 / 2021년 10월
평점 :
유튜브로 영상을 보다가 인상적인 장면을 보았다. 송어들이 자신이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태어난 곳을 떠나 바다에서 살아가다가 산란기가 되자 자신이 살았던 곳으로 돌아오는 송어의 모습이었다. 본능이라고 하지만 가슴이 아팠다. 바다에서 산란하고 살면 될 것을 굳이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그곳에 돌아오려고 노력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많은 송어는 자신이 살던 곳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힘이 빠져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봤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지척에 앞두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굳이 돌아가야 할까. 저렇게 자랄 때까지 수많은 천적에 맞서 자라나 어떤 곳인지 모르는 곳에서 죽어가는 송어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노 다다타카. 처음 들어본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제2의 인생을 일본을 측량하며 살아온 사나이이다. 자신의 삶에 만족해도 충분히 행복하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노 다다타카는 생각이 달랐다.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의문을 가지고 생각을 가졌던 것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20살이나 어린 스승에게 가서 중국의 역법부터해서 서양의 역법까지 배우는 모습을 보인다. 공자가 말했듯, 3살짜리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말처럼,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는 나에게 큰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 책에서 아직도 가슴에 맴돌게 하는 문장이 있다.
“인간의 일생은 페르시아 양탄자를 짜는 것과 같다. 인간은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실을 선택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어떤 실을 사용하여 어떤 양탄자를 짤 것인가와 일하면서 생명을 연소시키고 있을 때다.
다 짠 양탄자가 어떤 작품이 될지, 어떤 가격에 팔릴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양탄자를 짜고 있을 때의 격력한 생명의 연소 상황이다.”
양탄자를 짜고 있는 과정이야말로 생명을 불태워 얻는 성취감이 된다. 그렇기에 그것이 얼마에 팔릴지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책 읽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고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하는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그 뒤에 이루어질 그것을 완성하고 무엇을 만들어내는가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사실이다.
유튜브 영상 속 송어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자신이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던 바다를 벗어나 처음 태어났던 곳으로 온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과 결심의 결과라는 생각을 했다. 바닷물에서 민물로 바뀌게 되면서 겪는 변화들도 묵묵히 받아들인다. 거센 물줄기를 거슬러 자신의 비닐과 지느러미가 상처 나는 변화들도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렇게 많은 변화를 겪은 뒤 자신이 살던 고향으로 돌아와 자손을 번성한다. 마지막은 기꺼이 자신의 부모가 그랬듯 먹이가 되어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렇지만 송어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성취했다는 그 생각이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성취감이 자신이 다시 태어난 곳으로 이끌고 갔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삶에 무게가 무겁더라도 변화한다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 그것은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누군가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조그마한 밑거름이 아닐까 하고 송어의 모습을 보고 생각하게 된다. 또 이노다다 다키의 모습을 통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도 분명 걸림돌도 많았고 방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결국 일본을 측량하다가 최후를 맞이했겠지만 그는 어떤 후회도 어떤 삶에 대한 미련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고 꿈꾸었고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다가 죽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