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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받아쓰기 해 봤어?
송재환 지음, 이덕화 그림 / 계림북스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초등 저학년 엄마들이라면 아이의 받아쓰기 점수가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닐꺼예요. '아직 어리니까 괜찮아.'하고 마음을 다독여보지만 아이의 받아쓰기 점수를 보면 울화통이 터질 때가 많거든요.
이 책은 송재환 선생님이 글을 쓰신 책이예요. '초등 1학년 공부, 책읽기가 전부다'를 읽으면서 아이의 학습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을 받았는데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시면서 느끼신 점들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쓰셨다니 믿고 읽는 책이 되었답니다.
아이도 책 제목을 보더니 무척 관심을 보이더군요. 붉어진 얼굴의 엄마 표정과 희희낙낙하는 바다의 모습이 참으로 대조적이라 절로 웃음이 나네요. 바다 앞에 작아진 엄마의 얌전한 모습이 어떤 내용일지 무척 기대가 됐어요.

초등 저학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이지만 가장 싫어하는 숙제가 바로 일기쓰기일 것 같아요. 마지못해 일기를 써 내려가는 바다의 모습이 우리집 아이의 모습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바다의 일기를 읽다보니 바다 엄마에 빙의되어 울컥하더군요. 발음하는 법과 표기법이 다른 한글이라 아이들이 가장 쉽게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맞춤법일텐데 '친구'를 '칭구'로 적은 바다가 안쓰럽게도 느껴졌어요. '칭구'라고 들리는데 왜 '친구'라고 적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바다의 말에 공감이 되기도 했어요. 이유를 알고 배운다면 맞춤법과 띄어쓰기 공부가 더 재미있을텐데 말이예요.

1학년 때 바다가 처음 받아쓰기에서 20점을 받아왔을 때 "바다야, 넌 느린 거지 못하는 게 아니란다."라고 말씀해주신 엄마의 말씀을 바다는 칭찬이라고 생각했대요. 모자란 아이의 받아쓰기 실력을 너그럽게 봐주던 엄마가 2학년이 되자 돌변했다니 바다의 입장에서도 큰 충격이었을 것 같아요. 받침도 어려운데 띄어쓰기까지 하려니 공부가 힘들고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자신있게 본 받아쓰기 시험에서 0점을 받은 바다. 0점은 바다에게도 큰 충격이었어요.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님까지 원망스럽게 느껴진다니 축처진 바다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네요. 누구보다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받고 싶은 바다는 받아쓰기 채점을 스스로 다시 합니다. 바다 말처럼 틀린 글자는 몇 글자 되지 않으니 0점은 너무한 거 같아요.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도 아이들이 글자 하나로 틀리게 되면 속상해하신다고 틀린 글자만 체크해서 보내주시거든요. 누구보다 속상한 바다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바다의 마음에 100%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릴 때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맞았다던 엄마의 편지에서 틀린 맞춤법을 발견한 바다는 엄마에게 받아쓰기 시험을 제안합니다. 실수인지 실력인지 시험으로 증명해 보자는 바다의 제안에 엄마와 바다의 입장이 바뀐 모습이 재미있었어요. 바다처럼 받아쓰기 시험을 보게 된 엄마는 바다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됩니다.
바다와 엄마의 모습을 통해 아이를 점수로 평가하진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됐어요. 아이도 바다를 통해 약간의 대리만족을 한 것 같아요. 서로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아이의 실수도 너그럽게 이해하고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도 덜렁거리며 실수하는 습관을 고치고 열심히 한글 공부를 하겠다고 이야기 나누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