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손님과 애벌레 미용사
이수애 글.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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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참 재미있지 않나요? 애벌레 미용사라니... 상상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누에박물관에 가서 뽕잎을 갉아먹는 누에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누에들이 아무렇게나 뽕잎을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모양을 만들면서 뽕잎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더라구요. 그러고보니 동그란 뻥튀기를 먹을 때도 아이들은 달도 만들고 칼도 만들며 먹잖아요. 작은 상상력이 여러가지 일들의 연결고리가 되니 책 읽기 전부터 아이와 수다 떨 내용이 많았어요.

미용실 의자에 앉은 손님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콩닥콩닥 두근두근 할 것 같아요. '어떤 머리가 될까?', '마음에 들면 좋겠다.', '예쁘겠지?' 등등. 그래서인지 의자에 앉은 나뭇잎 손님의 표정이 왠지 기대하고 있는 듯한 표정인 것 같아요.

 

멀리서 보아도  숲 속의 미용실은 무척 크고 멋지네요. 애벌레 미용사의 사진도 크게 걸려 있고 가위손처럼 나무들을 빗과 가위로 조각해 놓았어요. 애벌레 미용사의 솜씨가 무척 기대가 됩니다.

뒤로 넘어갈 듯 무거운 나뭇잎 손님도 멋진 머리 모양을 갖게 될 거란 기대로 미용실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숲 속의 미용실도 여느 미용실과 다름이 없어요. 벽에는 멋진 헤어 모델들의 사진이 걸려 있고 빗, 가위, 그리고 트로피까지... 애벌레 미용사의 솜씨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나뭇잎 손님은 의자에 앉아 책자를 보며 마음에 드는 머리 모양을 골라 봅니다. 야금야금 나뭇잎 손님의 머리를 만져주는 애벌레 미용사의 모습도 보이네요. 아이들이 입으로 나뭇잎을 갉아대는 애벌레 미용사가 배부르겠다며 머리를 다 못 자르면 어쩌냐고 걱정을 하네요. 하지만 애벌레는 손이 많아 가위도 많이 들 수 있어서 배가 많이 부를 것 같진 않네요.

 

 

책을 펼쳐보기 전엔 몰랐는데 입체 책이었어요. 책자에 나온 나뭇잎 모양들이 펀치로 뚫려 있어 나뭇잎 손님의 머리 모양을 미리 짐작해 볼 수 있어서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어요. 책자를 보며 나뭇잎 이름도 배우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책자에 나온 나뭇잎 모양과 애벌레 미용사가 만든 나뭇잎의 모양이 다릅니다. 계속되는 염색과 머리 손질에도 나뭇잎 손님은 마음에 드는 머리 모양을 할 수가 없네요. 나뭇잎은 점점 작아져만 가는데 속상하겠어요.

 

친구들처럼 예뻐지지 못해 속상해진 나뭇잎 손님은 울음을 터뜨리고 애벌레 미용사는 다시 나뭇잎 손님의 머리를 만지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나뭇잎을 갉아대는 것이 아니라 알록달록 이쁜 나뭇잎들을 잘 꽂아주네요. 나뭇잎 손님의 머리를 보니 공작새가 떠오른대요. 공작새가 꼬리깃을 펼쳤을 때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머리가 완성되었어요.

 

 

집으로 가는 길 야속하게 쏟아지는 비때문에 망가진 머리. 나뭇잎 손님은 속상한 마음을 안고 깊은 잠에 빠집니다. 따뜻한 봄이 되어 눈을 떴을 때 나뭇잎 손님의 머리는 봉긋한 새싹으로 이쁘게 바뀌어 있네요. 파릇파릇한 새싹머리가 나뭇잎 손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머리인 것 같아요.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진짜 아름다운 게 아닐까 싶어요. 옷을 갈아입고 변장한다고 해서 내 본래의 모습을 가릴 수는 없다는 것, 내 스스로가 가장 멋지다는 것을 아이들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 책을 읽을 땐 숲의 계절을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 나뭇잎 손님의 머리가 바뀌는 것을 보고 숲의 계절도 유심히 보게 되었어요. 알록달록 곱게 물든 가을의 숲에서 푸른 새싹으로 가득한 봄의 숲까지...
나뭇잎이 미용실에 간다는 상상도 재미있었지만 다양하고 알록달록한 나뭇잎 들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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