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보이지 않아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25
안 에르보 글.그림, 김벼리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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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배경색이 굉장히 어두운 듯 하면서도 오묘한 느낌을 줍니다. 거친 바람을 연상시키는 색감과 거친 질감이 느껴지는데 눈 감은 소년의 모습은 무척이나 평온해 보입니다. 책에 대한 사전지식없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표지의 구멍들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어요. 일반적인 책들과 달리 질감이 강조된 책의 구성에 한 장 한 장이 예술작품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시각장애인인 아이의 시선에서 다시 책을 넘겨보니 책 구석구석 숨겨진 배려가 보이네요.
책 표지의 구멍들은 점자예요.  'vent'라는 프랑스어로 '바람'을 뜻한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책 페이지들마다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되어있어요. 눈으로 읽는 책보다는 손으로 읽는 것이 알맞은 책이예요.

바람은 무슨 색일까 궁금해진 소년. 소년의 집인듯 보이는 공간의 그림이 번진 느낌이라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소년이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사물 주변의 번진 그림이 지문이더군요. 손으로 사물을 만져보고 느끼는 소년의 상황을 이해하니 아는 만큼 볼 수 있었던 일러스트였어요.

바람과 바람의 색을 찾아 떠난 소년에게 바람은 '들판에 가득 핀 꽃의 향기로 물든 색, 빛바랜 나의 털색'이라고 대답하는 늙은 개. 늙은 개의 빛바랜 털을 어루만지며 늙은 개의 답변을 일러스트로 확인하고 느낄 수 있어요. 책 구석구석을 손으로 읽는 재미가 있어 아이도 참 좋아했어요.
이곳 저곳을 걸으며 소년이 질문하는 대상에 따라 바람의 색이 변하고 있어요. 같은 바람도 대상에 따라 상황에 따라 느껴지는 색과 느낌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아이도 저도 참 좋아했던 페이지인데 온 몸으로 비를 느끼는 소년의 모습처럼 아이와 저도 비를 느낄 수 있었어요. 올록볼록 비 한 방울 한 방울이 무척 새롭게 느껴졌어요.

책 속에서 만난 모든 색처럼 바람은 모든 색이라고 대답해주는 아주 큰 거인 아저씨의 말을 듣고 책 속에서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는 소년의 손가락.

독특한 구성과 촉감과 시각을 함께 이용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긴 여운이 남는 책이라 여러번 읽고 덮고를 반복해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마음이 드네요.

'바람은 보이지 않아.
바람이 실어 오는 소리만 들을 수 있어.
바람은 들리지 않아.
바람이 실어 오는 것만 볼 수 있어.'

책 속 손가락 자국에 손을 대고 소년처럼 내 손안에 이는 바람을 느끼며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고민할 수 있는 책이어서 마음에 많이 남는 책이네요. 아이보다 제가 더 많은 것을 생각해보았던 책이었어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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