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아이가 산다 - 5년차 부부의 난임 극복툰
우야지 지음 / 랄라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5년 차 부부의 난임 극복론_

이 제목이 지금 나에게는 여러 의미로 다가왔다. 우리 역시 5년 차 부부, 우리는 2차 난임?

첫째가 태어나고 2년이 지났고 내가 그토록 꿈꾸던 2년 터울 둘째는 3월을 끝으로 물 건너갔다. '난임'이라는 진단을 받은 건 아니지만 배테기는 물론 올해 초부터는 산부인과도 매주 한 번 이상 다니고 있고 임신에 도움이 된다는 한약도 두 달째 꾸준히 먹고 배란유도 약도 처방받아서 먹기도 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과하지 않고 몸에도 무리가 안 가는' 자연 임신 노력은 여기까지다. 여전히 임신은 안 되고 있고 복직은 세 달도 채 남지 않은 요즘. 그래서 이 책은 남 일 같지 않았다. 아이가 있으니 난임부부에겐 세상 태평한 소리겠지만, 둘째를 기다리는 마음이 커지는 만큼 조급함도 커지는 건 사실이다.

 

분명 귀여운 툰인데 그 내용은 가볍지 않은 '난임 극복툰'이다. 꿋꿋하지만 짠한 저자 우야지와 남편의 소소한 대화에도 아이를 향한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각 장에 붙은 소제목에는 요즘 내가 달고 사는 말들이 그대로 있어 어찌나 공감했는지 모른다.

 

우야지님 부부는 두 번의 자연임신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후 두 번의 인공수정. 이 역시 실패하고 시험관 수술 세 번째에 극적으로 임신에 성공했다. 임신을 위한 긴긴 시간과 험난한 과정을 따라 읽으며 임신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또 생명이 찾아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이 엄마지만 새삼 느꼈다. 둘째가 생기지 않는 답답함이 여전하지만 그간의 조급함도 잠시 잊고 이렇게 쉽지 않은 축복을 우리 부부가 이미 받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답답한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기도 했다.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맘처럼 잘되지 않아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ㅅ'

 

아이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 1부에는 가득하다. 누구에게는 참 쉬운 일이 왜 그리 어렵기만 한지. 이렇게 하면 생긴다더라, 이런 설이 있다더라. 나도 들어본 이야기들도 잔뜩 나온다. 웃프지만 지나가는 소리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 그때의 간절함에 공감이 된다.

그렇게 저출산이라는데,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나가보면 놀이터엔 온통 아이들 천지다. 그리고 내 눈엔 유난히 형제, 자매, 남매인 아이들이 어찌나 많이 보이는지. 아이를 갖기 원하는 부부라면 지나가는 아이들에게도 눈길이 가는 그 마음이 당연히 이해된다. 난 나란히 걸어가는 두 아이를 보면서 그 마음이 되니까. 첫째 낳고는 나도 둘째는 못 낳겠다 싶었다. 아이가 조금 자라고 나니 형제가 있으면 같이 뛰어놀겠구나, 여동생이 있으면 예뻐해 주려나,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한 명만 낳겠다던 친구들도 하나둘 둘째를 갖고 둘 아이 엄마가 되었다. 휴.. 역시 내 맘대로 안되는 게 인생!

 

임신이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보통은 여자에게 더 많은 원인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 지나가는 말로 몸이 차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조급해서... 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는 문제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 여자들 스스로도 '내 탓'인것만 같은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모든 의학적 노력은 내가 먼저 시작했고 스스로를 탓했던 것 같다. 임신 자체가 아주 기적 같은 일이라는 걸 인정하고 나서야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숙제를 못한 것 같은 찜찜함이 있다.

배란기가 지나가고 2주는 내게 길고 긴 시간이다. 이번에는 성공일까? 배가 콕콕 쑤시거나 찌릿한 느낌만 들어도 기대하는 마음과 설레발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어찌나 싸워대는지, 하루하루가 길고 더디게 간다. 무한공감/ㅅ/

 

마지막 3화는 드디어 찾아온 소망이의 육아 이야기다. 그렇게 기다린 아이이지만 그렇다고 육아가 늘 감사함과 기쁨이 넘치는 건 아니다. 어느 집 육아라고 하하 호호만 가득할까. 엄마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아이, 귓전에서 하루 종일 울리는 엄마 소리, 잠 좀 자라~ 간절히 빌게 되는 순간들. 그리고 문득 잠든 아이의 등허리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책임감의 무게 그리고 내 허리를 휘게 하는 아이의 무게_진심 너무 무겁단 말이다.

 

이 책은 난임부부들을 위한 임신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팁을 자세히 보여준다. 책 뒤쪽에는 난임검사, 시술 방법 등 저자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팁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난임'이 무거운 주제이다 보니 난임 관련한 책이나 글들은 보통 리얼하지만 슬프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한다. 웃픈 툰을 읽다 보면 그래도 웃을 수 있고 어느 순간 위로받았음을 느낀다. 엄마가 되는 것도, 엄마로 자라나는 것도 누군가의 툰으로 이렇게 다시 보니 새삼 감사하다. 긴 시간을 견뎌 세 식구가 된 가족을 보면서 다시 나도 힘을 내본다. 때가 되면 주시겠지'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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