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X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박현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필자 역시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종교의 의미에 대해 종종 많은 고민을 해보게 된다. 특히 자신의 종교 외에는 철저히 배척해 버리는 종교인들의 이중적인 모습과 종교를 이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차지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종교가 무엇인지 회의감임 들때가 많다.

 

   

[교단 X]에 둘러진 붉은 색의 띠지에 써 있는 사이비 종교에 온 나라가 현혹되다!”라는 글귀가 왠지 우리나라의 얼마 전 모습인 것 같아 속이 아렸다. 종교라는 것이, 그리고 그와 비슷한 성격의 것들이 나라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경험한 우리 국민들에게 이 책의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올 것 같았고, 필자에게 역시 그랬다.

 

 

연인이었지만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라자키가, 자신의 연인을 찾기 위해 자신을 아마추어 사상가라고 칭하며 단체를 이끌고 있는 마쓰오 쇼타로를 만나면서 겪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한편으로 무섭게 느껴졌다. 책 이름과 동명인 교단 X”는 쾌락과 광기, 악이 물들어져 있어 종교라고 봐야 할지, 범죄 집단이라고 봐야 할지 분간도 어렵다.

 

 

이 책의 재미 중 하나는 교주 강연을 풀어쓴 장면이다. 교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불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이 왜 옳은 것인지 이야기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어느새 필자도 교주의 이야기에 설득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교하게 풀어낸다. 작가는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한 장치로 주요 사실, 이론 등에 대해 각주를 달아두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것은 엉터리 교리가 아니라 사실이다라는 느낌을 준다.

 

 

교주의 맛깔나는 강연과 상반되는 것이 자신의 신도(?)들 앞에서 여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범하는 등 악으로 물드는 장면들이다. 개인적으로 세밀한 묘사가 눈이 찌푸려 질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장면도 많았지만 그 만큼 종교가 나쁜 방향으로 갈 경우 이런식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일본의 다른 미스터리, 추리 소설과 달리 이 책은 많이 무겁다. 가볍게 접근하기에는 교단 내에서 행해지는 나쁜 행동들이 쉽게 용납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이 감동을 주는 것처럼 이 책 역시 그러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화창한 봄날과 상반되는 파멸의 서곡에 많은 분들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추천해 드리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