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작가.”
“왜요?”
“그거 하자, 나랑.”
“정말요?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요.”
“다 썼네, 머릿속에서. 그거 내년에 올리자. 장담하는데 그거 너 마지막 작품 아니야. 그 작품 올리면 다음 거 또 쓸 수 있게 될 거야.”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응.”
“뭐죠? 나 진짜 벼랑 끝인데…… 대표님이 너무 쉽게 오케이 해서 이상하거든요. 나 아직 이거 쓰지도 않았단 말이에요.”
“내일 제목만 써서 가져와. 원래 계약서 써야 원고도 써지는 거야.”
“김 대표님.”
“왜?”
“고마워요, 진심.”
“나 바보 아니다. 아이템 괜찮아. 너 목소리에서 간절함도 느껴지고…… 잘 쓸 거 같아.” - <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