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사소하고 쉬운 일을 맡기기 시작하면

아이는 자연스레 자신의 역할에 대해 배우게 된다.

- < 아, 육아란 원래 이런 거구나!, 마이클렌 다우클레프 저/이정민 역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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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와 그레이스는 칭찬이 비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경우, 즉, 부모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나 부족한 점은 무시하고 그냥 지나칠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부모의 삶이 더 힘들어질 거라고 우려한다.

그럴수록 아이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해지고 어른의 칭찬과 관심을 받기 위해 형제 간에도 경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갈수록 우울증과 불안감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내 경험을 봐도 로지는 칭찬해 줄수록 더 힘들게 굴었고 점점 더 골칫거리가 됐다. 뭘 하든 반응해 주길 바라면서 졸졸 쫓아다녔다 (“엄마, 이것 좀 봐!”) 게다가 로지의 자존감을 지속적으로 높여주는 일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페기와 그레이스가 지적했듯 칭찬 세례를 위해선 부모들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문화권을 살피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봐도 우리 같은 육아 방식(즉, 칭찬 세례, 전무하다시피 한 비판, 그리고 아이에게 끊임없이 맞춰주기)을 취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
상당수 문화권에서 부모들은 칭찬을 거의, 혹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들은 배려심이 뛰어날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기만 하다.
심지어 우리가 방문한 여러 문화권을 보면 칭찬이라고는 거의 받지 않고 자란 아이들이 칭찬의 홍수 속에서 자란 미국 아이들보다 자신감이나 정신이 훨씬 강한 것을 알 수 있다.

- < 아, 육아란 원래 이런 거구나!, 마이클렌 다우클레프 저/이정민 역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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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쓰기는 타이핑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오랜 시간 궁리하고 고민해왔다면, 그것에 대해 툭 건드리기만 해도 튀어나올 만큼 생각의 덩어리를 키웠다면, 이제 할 일은 타자수가 되어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게 작가의 남은 본분이다. 생각의 속도를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당신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인경은 연기하듯 대사를 발음하며 동시에 타이핑을 했다. 그녀의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그녀는 그동안 봉인됐던 필력이 풀린 듯 쉼 없이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저녁에 시작된 작업은 어느덧 자정을 넘겼고, 겨울 밤하늘의 어둠이 짙어질수록 그녀의 글도 밀도를 더해갔다.

그 새벽, 동네에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은 독고 씨의 편의점과 그녀의 작업실뿐이었다. - <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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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작가.”

“왜요?”

“그거 하자, 나랑.”

“정말요?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요.”

“다 썼네, 머릿속에서. 그거 내년에 올리자. 장담하는데 그거 너 마지막 작품 아니야. 그 작품 올리면 다음 거 또 쓸 수 있게 될 거야.”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응.”

“뭐죠? 나 진짜 벼랑 끝인데…… 대표님이 너무 쉽게 오케이 해서 이상하거든요. 나 아직 이거 쓰지도 않았단 말이에요.”

“내일 제목만 써서 가져와. 원래 계약서 써야 원고도 써지는 거야.”

“김 대표님.”

“왜?”

“고마워요, 진심.”

“나 바보 아니다. 아이템 괜찮아. 너 목소리에서 간절함도 느껴지고…… 잘 쓸 거 같아.” - <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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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라는 단어에 피곤함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개인의 행위에 한계와 무력감을 느끼고 개개인의 실천보다는 기업을 압박해서 구조를 바꾸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개인의 변화가 기업의 변화를 불러온 경우는 너무나 많고, 구조를 만드는 데는 생산자나 소비자 어느 한쪽만 기여하지 않는다. 누가 먼저고 누가 나중이라고 잘라 말할 수 없다.
친환경 제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며, 친환경 제품이 늘어났기 때문에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이 또 많아진다. 특히 수많은 동물들이 상품으로 취급되는 현실을 예로 들자면, 이를 바꾸기위해 소비자가 동물을 아예 소비 품목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만큼 강력한 행동은 없다. 보이콧은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의사표현 방법 중 하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변화는 생각보다 매우 더디고, 무언가를 깨달아 실천하기로 마음먹은 후에 느끼는 무력감은더욱 크다. 내가 먹고 입지 않는다고 해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매일 수없이 죽어나가는 동물들, 플라스틱을 덜 쓰려고 노력해봤자 매일 쏟아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일회용기들....
진심으로 동물과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절망적

인 현실을 목도하며 평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불합리함 속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것을 죄스러워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예민하게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죄책감과 절망감을 운동의 동력으로 삼게 되면 어려운 실천을 이어갈수록 스스로 훌륭한 운동을 하고 있다고착각하기 쉽고, 나를 평가하는 버릇은 곧 남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실천을 훌륭한 실천과 보잘것없는 실천으로 나누어가치 있는 실천의 허들을 높이고, 하나라도 실천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를 미리 꺾어버린다. 이러한 운동은 나와 남모두를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완벽한 실천을 하는 소수보다 작은 실천을 하는 다수가 세상을 바꾸는 데 더 도움이된다는 사실이다. 실천은 특별히 훌륭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누구나 지금 여기, 자기의 삶 속에서 활동가가 될 수 있다. "여기 비건 옵션이 있나요?" "두유로 바꿀 수 있나요?" "오리털이아닌 건 없나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 또한 운동이다. 이 말한마디는 동물성 재료가 기본값인 시장에 작은 균열을 내는일이고,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이며, 다른 사람들이 더 쉽게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일주일에 하루는 채식을 하거나 평소에 텀블러를 가지

고 다니는 등 내 역량만큼 무언가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자주 가는 가게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아직까지도 실천을 유난스러운 몇몇 이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지금의 현실에서 비건이나 제로 웨이스트로 살아가는 즐거움과 노하우, 정보를 나누는 작은 행위들이 모이면 그 자체로도 강력한 운동이 될 수있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위한 완벽한 해법을 바란다. 그러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해법도, 100퍼센트완벽한 실천이란 것도 없다보니 제로 웨이스트, 비거니즘이든 실천을 하는 사람은 항상 더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천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끝없이 검열하며 스스로를 압박한다.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하나라도 실천하는 이들에게 더욱 엄격한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동물은 안 먹는다면서 가죽 신발은 신으시네요?" "일회용 빨대는 안 쓴다면서 텀블러는 플라스틱이네요?"
"리사이클 플라스틱도 결국 플라스틱 아닌가요?" 하는 식으로 말이다.
작은 실천들을 완벽하지 않기에 가치 없는 것으로 취

급하는 이런 태도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들을 쉽게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천을 결코 아무도 달성할 수 없는 어렵고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미 나름의 실천을 하고 있는사람에게는 죄책감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시작도 해보기 전에 무력감을 심는다. 이러한 지적이 아예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예리한 지적보다는 작고 담담한 실천일 것이다. 실천은 본래 추구이고, 도달이아닌 추구로만 기능한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완벽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지금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해나가자.
또 노력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무력감이 느껴질 때는 이미 내가 변했다는 사실, 세상 속에서나만큼의 변화를 내가 이루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가 나의 세계이고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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