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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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토리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기보단 스토리 메이킹 그 자체를 즐기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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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순간 세트 - 전2권 -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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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에세이집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김연수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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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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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서평쓰게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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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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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쌓은 사랑의 성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올해 읽은 소설 중에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진짭니다!"

 ‘책 읽어주는 남자’ 김광일 기자가 이 책에 바친 과격한(?) 찬사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반년 전 알라딘 북쇼핑 중 이 책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메일 데이트란 소재도 솔깃햇지만 김기자님의 극찬도 꽤나 눈길을 끌었다. 그로부터 반년 후. 자주 가는 동네 헌책방에 이 책이 꽂혀 있었다. 책띠에 프린팅된 김기자님의 극찬이 신문 헤드라인처럼 큼직했다. 왜, 어쩌다가 또 만난 걸까? 그 질문에 답하고 싶어 책을 샀다. 우연히, 2번씩이나 만나기가 쉽지는 않잖아.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다시 만나 다행이다!




 잘못 전송된 이메일이 사랑의 씨앗이 된다. 에미 로트너(이하 에미)가 잡지 구독을 취소하려고 보낸 이메일이 레오 라이케(이하 레오)에게 간다. 레오(이하 레오)는 이메일이 잘못 전송됐음을 정중히 알린다. 9달 뒤 에미는 또 실수한다. 연말 단체 안부메일을 레오에게 보낸 것이다. 레오는 일부러 이러시는 거냐, 아직도 그 잡지를 구독하는 거냐,고 장난스레 묻는다. 에미는 'i' 앞에 ‘e'를 자꾸 넣어 쓰는 고질병이 있다는, 조금 우스꽝스러운 변명을 대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레오는 자기가 직업상 이메일 언어를 다룬다며 ‘ei’ 실수 메일을 보내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냐고 묻는다. 에미는 그런 걸 왜 묻냐며 레오에게 도로 맞춰보라고 한다.




 시시껄렁한 대화를 거듭하던 둘은 이내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대화 주제 역시 과거의 애인, 가족, 연애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등으로 다채롭게 확장된다. 이메일 데이트는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진다. 둘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포옹하고, 키스하고, 싸우고, 웃고, 와인을 마신다. 그대 없이는 절대 살 수 없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당신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이 행복한 순간이 영원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둘은 서서히 연인의 언어로 대화하기 시작한다. 감정의 속살을 보일듯말듯 드러내며, 고도의 심리전으로 상대방의 실체에 더 근접하고자 경쟁하며, 각자의 시시콜콜한 일상과 고민 역시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둘은 서로에게 한 송이의 의미 있는 꽃이 되고 싶어 한다. 이메일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김춘수의 시 <꽃>을 떠올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중략) ”우리들은 모두 / 무엇이 되고 싶다 /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단 하나의 의미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몸의 거리와 마음의 거리는 다르다. 둘은 ‘거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을 작가는 기발한 재치, 섬세한 감성, 알콩달콩한 긴장감, 눈물나는 애절함을 적절히 배합된 ‘대화’로 집요하게 그려낸다. 때론 직설적이고 때론 완곡하게, 슬쩍 치고 빠지기와 능청스런 시치미를 곁들이면서, 사람을 감질나게 하지만 결코 거부할 순 없는 말의 향연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궁금했다. 누군가의 언어(글)를 사랑한다는 것과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해가 존재하지 않는 이항방정식 같은 것이 아닐까? 예컨대, 내가 어떤 작가의 소설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 작가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랑이란 서로 눈을 마주보며 대화하고, 손을 잡고 함께 거리를 걸으며, 살을 부비며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을 때만 성립 가능하지 않나? 이렇게 보면 에미와 레오의 사랑은 상상의 놀이터에서만 벌어지는 언어 놀음에 불과하다. 둘의 사랑은 실체적 의미를 갖지 못한 관념이며, 자의적인 추측과 이미지로 상대방의 존재를 짜맞히려는 프로크루스테스적인 욕망이다.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에로티시즘과 성적 긴장감, 굳건한 감정적 결속은 그들의 육체에 아로새겨지지 못한 채 겉돌고, 그들이 애타게 부르는 서로의 이름은 이메일과 이메일 사이를 헛돈다. 레오와 에미가 맞춰나가는 사랑의 퍼즐엔 ‘몸의 만남’라는 조각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몸은 각자의 시공간에 머물러 있다. 함께하는 순간에도 이들은 떨어져 있다. 이메일을 통한 건배와 키스, 포옹은 정신적 허상인 동시에 육체적 희구다. 사랑하는 대상이 있는 동시에 없기도 한, 이 아이러니함은 마음은 가까운데 몸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말하자면 몸의 거리와 마음의 거리 사이의 차이에서 비롯된 듯싶다. 실체가 결여된 그들의 사랑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불완전한 유대다. 레오와 라이케도 알고 있다. “기표가 기의에 닿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끄러진다”는 라캉의 말처럼, 그들이 서로에게 가닿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대로는 그들의 퍼즐이 결코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진실을 말이다.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둘은 레오의 집에서 만나기로 합의한다. 에미가 레오와의 이메일 데이트에 너무 빠져 가정을 내팽겨칠 지경에 이르자, 보다 못한 그녀의 남편 베른하르트가 레오에게 제발 에미와 만나달라고 간청했기 때문이다. 레오는 베른하르트에게 협조(?)를 약속하면서 다시는 에미의 이메일을 보지 말라고, 그리고 당신은 에미에게 이 밀회의 위험성에 대해 진작 경고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이젠 결단을 내려야했다. 이제 그들은 서로를 더 이상 상상 속의 아도니스 / 아프로디테로 간직할 수 없었다. 둘의 소박한 교감은 이제 현실세계를 쓸어가 버릴 정도의 광풍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미가 레오를 만나러 집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에미는 남편이 둘의 관계를 눈치챘으며 만약 이대로 집을 나섰다간 모든 게 끝장날 것임을 직감한다. 둘은 만나지 못한다. 다음날 에미는 허겁지겁 사과의 장광설을 늘어놓지만 레오의 이메일 주소는 이미 바뀐 뒤다. 레오와 에미의 관계는 이대로 끝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 뒷이야기를 다룬 <일곱번째 파도>에서 찾아야겠다.




 12월 초겨울. 바람은 속이 텅 빈 듯 가볍다. 달빛을 받아 창가에 여릿하게 아롱진 나무 그림자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고 , 선명한 듯 흐릿한 러브스토리...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는 내게 사랑의 또 다른 측면 혹은 세계를 보여준 작품이다. 둘의 사랑은 비록 불완전할지언정 애틋하고 따뜻하다. 쓰다 보니 사랑의 조건은 무엇인가? 이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가? 에 답하는 글이 돼버렸다. 이 소설에 던지기엔 다소 부당한 질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것을 건전하게 유지하고 키워나가려는 노력은 얼마나 인간적이고 아름다운가. 그러한 노력의 과정과 결과물로서의 관계를 우리는 사랑 혹은 우정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경중을 두거나 절대적 기준을 정하는 짓은 무지하고 폭력적이다. 나의 서평이 그런 우를 범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 소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 빼먹고 말았으니 이거 원;;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뇌리속엔 온갖 상상을 촉발시키는 섬세한 대화, 곱고 부드럽고 미끈하게 직조된 문장, 온오프라인의 절묘히 오가는 애정표현, 잘 짜인 플롯과 적절한 반전이 잘 어우러진 수작이다. 둘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파트너 없인 못 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이 되고 말았다. 레오와 에미가 환상속의 그대와 현실에서 불같은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도 됐으련만, 작가는 마지막 순간 ‘반전신공’을 구사한다. 읽는 내내 밀고 당기기의 쫄깃하고 감질맛 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못다한 이야기......

 별과 별 사이에 드리워진 무한한 어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이 내게 하나의 별이 되는 게 아닐까. 멀리서 보는 별들은 서로 너무나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별들의 영토와 거리는 측량할 수 없는 어둠으로 구획되고 가로막혀져 있다. <새벽 세 시 , 바람이 부나요?>를 읽으며 나는 밤하늘의 별들을 떠올렸다. 하나의 별이 다른 별을 사랑한 이야기. 서로를 환하게 비춰주고 싶었지만 결국은 각자의 위치에서 빛날 수밖에 없었던 별들의 로맨스. 하지만 글쎄다. 사랑은 시작하기 어려운 만큼 끝내기도 어려운 것이니, 나는 좀 더 미련을 가져보려 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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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겔스 평전 - 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
트리스트럼 헌트 지음, 이광일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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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다. 근데 문제는 시간이다. 언제 다읽냐 ㅠㅠ 다른 것도 읽을 게 너무 많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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