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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와 외규장각 의궤의 어머니 박병선
공지희 지음, 김지안 그림 / 글로연 / 2011년 12월
평점 :
어린 시절 봐왔던 위인전과는 다른 형식과 그림들이라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직지와 외규장각 의궤의 어머니 박병선’은 동화작가 공지희가 2011년 11월 박병선 박사가 타계하기 직전 고인이 입원해 있던 프랑스 파리의 병실을 찾아 20일간 인터뷰를 통해 구성한 첫 어린이·청소년용 전기다. 여기서 ‘첫’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기존의 위인전과는 달리 현재 주목받고 있는 인물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달한 새로운 위인전이기 때문이다.
사실, 박병선 박사에 대해서는 어른들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이 책을 통해서야 그 분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게 됐을 정도다.
외규장각은 왕실이나 국가 주요 행사의 내용을 정리한 의궤인데, 병인양요때 강화도를 침략한 프랑스군이 수많은 왕실의 책들을 약탈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다못해 가져가지 못한 책들은 불에 태워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들이 가져간 책과 불타버린 책이 어떤 것인지도 우리나라에선 모른 채 잊고 지냈다.
1955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유학생이 된 박병선 박사는 우연히 일하게 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베르사유 별관 지하에 먼지 속에 섞여있는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낸다. 그 후 프랑스 국립도서관 곳곳을 뒤져 흩어져 있던 297권을 모두 찾고, 정식으로 문화재 반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혼자 힘으로 역부족이자 한국의 지인들과 시민단체, 청와대에 도움을 청했고, 이로서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외규장각 도서들의 실체가 밝혀지고 반환운동에 불이 당겨지게 되었다.
이 책은 ‘책벌레’로 불렸던 박병선 박사의 어린 시절이야기로 시작해 외규장각을 찾기까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수녀를 꿈꾸기도 했던 프랑스 유학시절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연구원이 되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만나 세계에 소개한 일, 이어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 끈질긴 노력 끝에 마침내 반환을 성사시킨 한 역사학자의 치열한 삶이 소개된다. 부드러운 터치의 김지안 그림이 위인들의 생애와 업적을 전달해주고 있다.
위인전하면 많은 양의 글로 인한 부담으로 읽기 전부터 질리게 되는데 이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작해서 읽기에 적당한 양의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더욱 반갑다. 이러한 위인전을 통해 어린이들은 새로운 꿈을 꾸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