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를 팝니다 -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
김용민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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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인가 보다. 이웃 간에 사소한 일로 고소하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흰색의 반대가 무슨 색인지를 물으면 한결같이 검은색이라고 답한다. 흰색의 반대는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등도 될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검정색만을 떠올리는 것은 바로 우리의 의식 속에 다양성을 인정 못하는 흑백논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런 가운데 2011년 4월 28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는 다른 생각을 대변해주는 통로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3명의 전직과 1명이 현직이 만들어 내는 수다가 국민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데 속이 시원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러다보니 매주 목요일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퇴근까지 미뤄가며 ‘나꼼수’가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또 여기 저기 ‘나는 꼼수다’에 대한 패러디가 등장한다. 하물며 며칠 전 한 시민이 같은 이름의 상표등록을 출원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읽기 시작한 ‘보수를 팝니다’의 저자인 김용민은 ‘나는 꼼수다’의 고정 출연진이기도 하다.

 

'나는 꼼수다'의 PD이자 일명 '목사아들 돼지'라 불리는 김용민이 신랄하게 비판하는 보수에 관한 시각. 우리나라 보수 정치세력을 모태 보수, 기회주의 보수, 무지몽매 보수 등으로 구분해 그들의 장단점을 상세하게 다룸으로써 보수가 몰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대한민국 보수의 몰락 시나리오를 훔쳐보는 스릴이 마음을 알싸하게 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보수 정치세력의 특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보수에 대해 모태 보수, 기회주의 보수, 무지몽매 보수 등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 모태 보수는 박근혜나 정몽준, 홍정욱이 속한다. 둘째, 기회주의 보수 혹은 후천적 보수는 한때 진보나 개혁 진영에 있다가 보수로 전향한 자들을 말한다. 조갑제, 지만원, 이재오, 김문수 그리고 지금 가카(각하)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그가 나눈 세 번째 무지몽매 보수는 길거리에서 가스통에 불을 붙이고 시위를 하는 어버이연합이나 혹은 인터넷에서 보수 집단을 찬양하며 진보 진영을 공격하는 자들이다. 책은 그들이 가진 강점과 약점, 한계점, 미래 등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또한 보수를 극복하기 위해 보수의 말과 행동 등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 흐름까지 예측했다.

 

그러나 이들 보수 집단들도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국민들의 단합된 여론이다. 천안함 사건이 있은 직후, 조중동과 정부는 북풍을 일으키려 애를 썼으나, 선거 결과는 참패였던 걸 우리는 기억한다. 이제 국민들은 빨갱이 소리를 지겨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서울 시장 선거에서도 보수 진영들은 돈을 퍼붓고 부정 여론을 일으키려 했으나, 끝내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었다. 여기에는 20~40대의 젊은층들이 주동이 된 SNS가 큰 힘을 발휘했다. 조중동의 보수 언론이 SNS를 못 이긴 것이다. 매우 놀라운 일이다.

 

돌아보면, 60년대 어린 시절 친구가 앞서면 “앞에 가는 도둑놈, 뒤에 가는 순경”이라 했고 내가 앞서면 “앞에 가는 신사, 뒤에 가는 거지”라고 자기를 옹호하며 학교를 오갔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적군과 아군, 남과 북, 관변과 재야, 독재와 민주, 자본과 노동 등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요받았다. 이런 의식구조에서 나와 ‘다른 것’은 곧 ‘틀린 것’이 되어 버린다.

 

한가지 바람이라면, 보수의 반대편에 있는 진보집단은 논리로 이전투구 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주창하는 가치가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냉철하게 우리 사회에 어느 가치가 더 유익한 가치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는 보수와 진보의 자기한계 인식과 협력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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