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치고는 너무 불필연

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힐링소설? 이런 장르가 진짜 있나? 그런데 몇 년사이 힐링이 필요한 에너지 소모들이 많아지고 있는가보다. 비슷한 류의 작품들이 많이　나온다. 게다가 표지까지 비슷하다.

달러구트 꿈백화점. 불편한 편의점, 책들의 부엌, 미드나잇라이브러리, 플라멩코추는 남자 등 하쿠다 사진관까지.. 왜 다 공간에서의 이야기일까?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살긴 사는가부다. 전부 그 안에 인간에 대한 힐링을 풀고 싶어하니 말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편안한 것이 아니라 하나같이 여러 이유이로 타인에 의해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오히려 소통은 더 힘들어지고 있는 시대다. 여전히 흔들리고 힘들다. 하쿠다 사진관의 ‘제비’는 돈이 없는데 독립성을 갈구하고 그에 대한 상실이 큰 사람이다. 제비는 타인에게 상처받은 삶은 치유하고 싶다는 이유로 제주로 여행온다. 여행이 끝나도 갈 곳이 없지만 하쿠다 사진관이 다가온다.

4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 동화같이 흘러가서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우연치고는 너무 불필연하게 마주하는 사람들을 통해 옛 시간으로 들어가고 자신을 되찾는다. 이게 뭐람. 우연치고는 너무 당연하게 그곳이 마침표가 된다. 물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서핑보드를 타는 부분은 내용이 결론을 짖기 위해 위한 지지부지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고 그런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아쉽다.

고구마 장면이 없고 한번에 쉽게 읽혀지며, 여름에 일반적으로 나오는 미스테리나 호러신간들과는 다른 힐링소설이라 새롭긴 하지만 그것만 새로운 것 같아서 아쉽다. 아마 올해 들어 너무 비슷한 줄거리들이 겹쳐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내가 치열하게, 또는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는 사람이 아닌 기성세대로서 젊은이들의 이야기인 이 책을 꼬장질을 하는 것은 또다른 꼰대질 같기도 하네)

21세기 호모인들 아딕투스

[eBook] 호모 아딕투스 - 알고리즘을 설계한 신인류의 탄생
김병규 지음, 정현성 낭독 / 다산북스 / 2022년 7월

미디어나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인간을 제목인 “호모 아딕투스”라 칭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뇌가 극심한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는 “쥐실험”은 유명한 실험이다. 쥐에게 자신의 보상회로를 직접 자극할 수 있게 해주었더니 먹이도 먹지 않고 종일 보상회로만 자극하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다. 책 내용은 그것은 전제로 21세기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미디어 기계에 어떻게 자극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실랄하게 쓰여있고 그에 대한 대한을 알려준다.

중독이란 단어는 네거티프한 단어이지만 오늘날의 중독은 돈과 연결이 된다. 따라서 경제적 논리로 봤을 떄 중독되지 않으면(특히 디지털) 경제상황에서 도태된다. 팬더믹 사태 이후 더 심화됐고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을 교묘히 조종하며 광고와 물건을 팔고 있는 형태이다

호모 아딕투스의 시대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한 기업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중독시키고 경제는 더 확고하게 구축되어지는 것이다.

Sns를 통한 인플루언서들이나, 일타강사들은 이미 한해동안 벌이들인 돈이 가장 많은 사람들로 등극하고 있다. 이것은 미디어를 통한 경제체가 확고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속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작가는 이를 중독경제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것이 자신의 자유의지로 물건을 소비하고 살아간다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중독경제의 먹잇감이 되는 형태에 대한 경각심을 이책을 통해 느끼게 된다. 내가 필요한 것. 나에게 합리적인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적절한 회귀현상이 필요한 시기이다.

진화된 타샤튜터

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내가 중학교 1학년때 돌아가신 친할머니는 평생 쪽을 진 가지런한 머리와 짧은 비녀를 꼽고 옥색 치마저고리 입었다. 엄마는 두세벌의 할머니 옥색치마저고리를 돌아가면서 빨고 다림질 했다. 엄마는 우리집의 모든 광목 이불을 방망이로 두들기거나 발로 밟아 폈다. 밀가루 풀을 먹여 바스락 거렸고 사각거렸다. 나는 철마다 손뜨개 옷을 입는 멋쟁이었다. 구멍이 숭숭 뚫리고 맨살에 닿으면 까슬거리는 손뜨개 옷이 싫었지만 사람들은 그 옷을 보며 엄마의 열정을 칭찬했다. 단독주택에 살았던 우리는 여기저기 정말 많은 화분이 있었다. 거실, 베란다, 집밖. 하나같이 잎사귀가 넓었다. 당시에는 난을 키우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100여개가 넘는 화분이 있었다.  그 잎사귀들은 하나같이 반짝거렸다. 화분들은 하나같이 물을 주는 시간대가 달랐고 엄마는 그 화분들에게 열정을 쏟았다. 

내 꿈은 좋은 사람을 만나 엄마같은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것이 너무 당연했고 자신있었고 그것을 꿈꾸었다. 그러면서 당시 유행하던 타샤튜터가 롤모델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를 넘어오면서 업그레이드 된 타샤튜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의 20대 후반은 그때까지 고착화된 나의 여성상에 대한 약간의 흔들림으로 시작한 것 같다. 

엄마가 그런 삶을 살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으며 눈물을 흘렸을까하는 생각을 그제서야 한 것 같다. 

신혜우의 "이웃집 식물상담소"보면서 나는 어릴적 울엄마의 모습이 생각났다. 자연을 사랑하고 식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척척박사 같아 보였던 울엄마를 말이다. 그리고 신혜우 작가는 현대사회에 업그레이드 된 또다른 타샤튜터 같은 생각이 들었따.

이 책은 막연히 식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을 돌보고 관찰하면서 그 시선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과 나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목과 달리 주인공은 식물이 아니라 이웃이다. 

개인집의 가든이든 도시의 가든이든 자연에 대한 순수한 감정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사람은 식물에게 답을 찾을 수 있기에 우리는 인생의 답을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던 것을 가슴으로 순간 느껴질 때가 있다. 책에 좋은 구절이 있으면  아주 잠깐 가슴으로 들어왔다 나간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다. 

미래사회는 인본주의 되돌아보는 곳

[eBook]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 이탈리아 복원사의 매혹적인 회화 수업
이다(윤성희)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고예술품을 관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여행을 하다보면 고유적지 박물관에 장막을 치고 예술품을 고증하고 관리하는 분들을 먼발치에서 본적이 있다. 

"저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역사라는 시간의 위에 얹어져있는 예술작품을 복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위대하다못해 거룩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 책을 쓴 "이다"라는 작가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예술품 복원사를 연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예술품을 보고 그것을 연구하고, 공부했는지 그녀가 쓴 책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목차를 먼저 보고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은 레오나르도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라파엘로의 작품을 설명하는 부분을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레오나르도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리면서 사람들의 눈높이보다 높은 곳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원근법을 어떻게 표현했는지가 써있는 부분에서는  무릎을 탁 칠정도로 감탄이 나왔다. 그것도 복원을 위한 과정에서 발견된 구멍을 보고 600년전 예술가들이 지금의 과학자들과 똑같다는생각이 든다. 

종교적 관점이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보는 수태고지의 거룩함은 비단 르네상스시대뿐만 아니라 인류의 탄생부터 기록하고자했던 모성의 거룩함을  르네상스시대의 많은 작가의 손끝을 통해 탄생되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미래과학시대를 달려가기 위한 역사의 연장에서 있는 21세기의 우리들. 지난 십여년동안 인문학의 중요성이 유독 강조되는 이유를 아마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5세기 전후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고  그것이 옛것이 아니라 미래의 것을 당겨서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데 인본주의 느끼는 것이 미래의 것과 동일시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탐정소설 아이예요. ^^

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재인쇄를 하면서 다시 나왔다. 전에 가사사기의 중고상점을 읽은 적이 있는데 지난달쯤 아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봤다면서 책을 내밀었다. 표지만 봐서는 바뀌었는지 몰랐지만 첫장을 보고서야 그때 그것이 생각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개의 챕터를 통해 이야기가 구성되어진다. 문득 삶의 궤적이나 문제해결을 계절의 상징성으로 표현하고 독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동아시아 문학에 대해 계절이 없는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다. 

히라구시와 가사사기, 그리고 미라라는 학생이 스토리를 끌고 나간다. 탐정소설처럼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스케일이 디테일하고 스릴넘치는 탐정소설이라기 보다 우리네들의 소소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원재는 중고상점의 주인인 가사사끼가 주인공인처럼 표지를 썼지만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종업원 히라구시다. 허풍쟁이에 아집이 뒤섞인 인물이지만 나이가 먹을 수록 나에게도 그런 모습이 보이니 우스꽝스럽고 얄밉다가도 처량하다. 

가가사끼는 본인이 사건에 대한 추리를 해난간다고 느끼지만 실체는 종업원 히라구시다 마지막 겨울 편에는 여학생 미나도 느낀다. 하얀 거짓말과 행복을 통해 모두가 그냥저냥 행복해지는 우리네 삶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