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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때기 포트
김이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3월
평점 :
영민과 상구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상구의 꿈은 깡패가 되는 게 꿈이고, 영민은 대학생이 되는 게 꿈이다. 이들은 상구가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매개로 친해졌다. 둘도 없는 불알친구라 서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 상구는 일찌감치 깡패의 세계로 발을 디뎌 성인용 약장사 밑에서 약을 배달하는 일은 하고 영민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깔때기 포트를 주 무대로 근근이 살아간다.
‘깔때기 포트’라는 재개발 지구를 중심으로 냉혹한 세상에서 폼 나게 살고 싶은 삼류 인생들의 꿈과 현실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주요 무대인 깔때기 포트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군이 월미산의 인민군 방어시설을 무력화하면서 민간인 마을까지 폭격하는 바람에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온 곳이다. 이후 월미도 포격으로 쫓겨난 원주민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 바로 깔때기 포트다.
주인공인 영민과 상구는 이 깔때기 출신으로 이들에게 깔때기는 가난과 모멸의 상징이다. 어린 시절 그토록 떠나고 싶었고, 떠난 후에는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그곳이 지금은 재개발업자들과 땅 주인들에게 일확천금을 낳는 황금어장으로 탈바꿈하려는 중이다. 깔때기 포트 재개발 사업권을 따낸 건설회사와 그들의 뒤를 봐주는 장바우파는 깔때기 똥치 골목에 사는 원주민들을 쫓아내려 한다.
언덕에서 포구로 이어지는 동네의 형태가 여성의 자궁 모양 같다 하여 깔때기 포트라 이름 붙여진 이곳에서는 독특한 지형 탓에 한때 폭력배들 사이에서 일명 토끼몰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살인 작전이 벌어지곤 한다. 이 골목에 갇히면 깔때기 앞바다에 수장되는 것 말고는 빠져나갈 도리가 없었다. 어느 날 밤 약 배달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쉬고 있던 영민은 다해를 들먹이는 조배에게 심하게 얻어맞는 사고를 당한다.
누군가의 음모인 것처럼 모든 각본인 것처럼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다. 입구에 들어선 조배를 보면서 영민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인해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골목으로 들어오는 조배를 향해 날카로운 삽을 찍지만 빗맞아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순간에 사장이 삽을 들어 조배의 머리를 내리찍고 조배는 바다 밑으로 수장되는 운명을 맞는다. 이로 인해 영민은 결국 대학교를 그만 두고 깡패의 길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