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읽기 쉽고 편한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글로 옮기는 것은 왠지 꺼려지는 게 사랑 이야기지 싶다. 행여 내가 한 사랑이 우습게 보이지 않을까. 우리가 한 사랑이 남들 눈에는 유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참 어렵고 난해한 게 이런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과거의 이야기도 있고 미래의 이야기도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쓴 글 같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글들이 내 마음을 짠하게 울린다. 읽으면서 재미있는 상상에 젖곤 했다.

 

저자는 쓴 글들이 난해해서 읽기 어려웠다는 얘기가 아니다. 일기의 여백을 채우듯 쉼 없이 때로는 거침없이 써 내려간 그의 글에는 내가 가지지 못한 빼어난 그 무엇이 있다. 존경심마저 생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아주 짧고 간결하지만 유쾌한 일상을 담아낸 것 같아 글을 쓸 때의 작가 모습이 눈에 선하다. 때로는 오래 산 사람처럼 인생을 달관한 철학자의 모습도 보이고, 천진난만한 동심의 마음도 보인다. 그의 단순치 않았던 인생이 보이는 듯하다. 산문 형식의 글도 있고 짤막한 시도 있다.

 

아주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내게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준 작가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시인이 아니던 시절에 추억으로 간직했던 소소한 이야기가 책의 중심에 섰을 때 그가 어른이듯 아니듯 한 것은 따지지 않는다. 각 문단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에필로그 더하기는 오로지 그만의 전매특허처럼 보인다. 앞글의 후속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인문, 사회, 경제, 과학 등 전반에 걸친 작가의 생각이 들어 있다.

 

책에 담긴 삼십 여 편의 글들은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작가만의 어떤 독특함이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글들도 많이 눈에 띈다. 바로 우리들의 삶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글들이 주는 편안함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눈이 감긴 적도 많았다. 비교적 많은 시간이 걸리는 출퇴근 시간이지만 읽는 내내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느라고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하곤 했다. 나름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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