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에 핀 호야꽃
한옥수 지음 / 책만소(출판기획)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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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원로 피아니스트 한옥수씨가 자신의 인생역정과 후배 음악인들을 위한 조언을 담은 산문집이다. 수십 년간 세계무대에서 느낀 소회와 경험담을 메모해 뒀다가, 원로 음악인으로서, 선배로서, 연주자로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펴냈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자랑스러웠다. 클레식 음악의 불모지나 다름이 없던 나라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배출했다니 참으로 대견하다.

 

964년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뉴욕의 카네기홀 무대에 올라 그녀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재능을 아낌없이 보여줌은 물론 외국만의 전유물이라고 불리던 음악 콩쿠르를 우리나라에도 만들었다는 게 또한 자랑스러운 일이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신동 자질을 보인 그녀는 이화여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미국의 줄리아드 음대 대학원을 거쳐 신시내티 음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줄리아드 음대 대학원에서는 세계적인 거장인 에드워드 스토이어만 교수에게 배웠다.

 

그녀는 처음 카네기홀 독주회를 준비하다 공연을 불과 한 달쯤 앞두고 당한 교통사고를 지금도 몸서리쳐지는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그때를 계기로 성숙한 연주를 할 수 있었다는 소회도 털어 놓는다. 지금의 그녀는 자신의 호를 따 설립한 가원국제음악문화회에서 제정한 가원상을 통해 젊은 음악가들을 발굴해 오고 있다. 음악을 위해 유학을 가야만 세계적인 연주자가 될 수 있었지만 그녀의 노력 덕분에 이제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연주자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재능도 물론 있었지만 한일제약 창업주인 아버지가 없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오늘날의 그녀가 있기까지 그녀의 주변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얘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이야기는 카네기홀 데뷔를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 한적한 산장에서 자연과 벗하며 지낸 이야기다. 오늘의 그녀가 존재하게 한 발판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그녀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게 한없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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