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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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creep)’란 ‘공포로 인해 온몸의 털이 곤두설 만큼 오싹한섬뜩할 정도로 기이한이라는 뜻이다제목 그대로 소설은 현대인의 고립된 환경을 배경으로 일상 가까이에 도사린 공포와 상상을 초월하는 악행의 연쇄를 오싹하게 그리고 있다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만큼 각박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충격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범죄현장을 마치 눈앞에 펼쳐 보이는 듯 상세한 설명과 긴박한 전개 역시 나를 이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주인공 다카쿠라는 대학에서 범죄심리학을 가르치는 마흔여섯 살의 교수로 아내와 둘이 한적한 주택가에 거주 중이다어느 날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경시청 형사 노가미가 8년 전에 일어난 미해결 일가족 행방불명 사건에 대해 자문을 구한 후로 그의 주변에서 이상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두 부부는 이웃들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한다두 이웃 중 남은 한 집에 대해서 부인이 목격한 것은 매일 학교를 오가는 여중생과 평범한 중년 남성 뿐이다호기심이 많은 부인이 다른 이웃에게 묻지만, 대수롭지 않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카쿠라는 이상하게 생각해서 부인에게 좀 더 주변 인물들의 성향을 눈여겨 보라고 부탁하는데 부인이 옆집에 사는 여중생의 얘기를 듣고 남편에게 전한다. 이를 수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다카쿠라에게 부인은 한밤중 신음하는 젊은 여인의 소리가 들렸다는 얘기를 남편에게 전한다. 그러던 어느날 밤 그 아이가 도움을 요청하며 문을 두드린다. 그 아이가 짧은 몇마디를 채 다 하기도 전에 그 수상한 중년이 아이를 돌려달라며 나타나고, 이어서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 사건의 전말이 들어난다.


책은 평범한 이웃인줄 알았던 사람이 괴물로 바뀌는 공포를 현실감 있게 담아내고 있다저자가 책을 통해 전하는 메세지는 고립되고 단절된 현대인의 생활환경에 주목하고 그러한 환경이 범죄를 야기하는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웃의 존재도 모르고옆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알 수 없고, 옆집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도 알지 못한다. 친구의 실종, 스토킹을 당하는 제자앞집에서 일어난 화재와 불탄 집에서 발견된 사체옆집 소녀가 내뱉은 기이한 말 등 소설의 내용은 책의 제목 그대로 '크리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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