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한겨울 산장에 말벌이 나타나고 사랑하는 아내가 애인과 손잡고 그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그는 그림책 작가인 아내 유메코와 함께 야쓰가타케 남쪽 기슭의 산장에서 '어둠의 여인'의 성공을 축하하며 와인을 마시고 잠이 든다.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아내는 자취를 감춘 채 신발과 옷. 휴대폰이 사라지고 컴퓨터, 자동응답기 겸용 팩스기까지 모두 불통이다. 

게다가 안자이의 귀를 자극하는 말벌의 날갯소리가 들린다. 예전에 말벌에 쏘인 적이 있는 그는 벌 독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이번에 또 쏘이면 쇼크로 인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11월 하순에, 그것도 해발고도 1000미터가 넘는 산에 어째서 말벌이 돌아다니는 것일까. 안자이는 도데체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추리를 거듭하며 산장 곳곳에 자신을 덮쳐오는 말벌과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주인공이 말벌과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숨 가쁘게 전개된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안자이 도모야는 실제로 미노루라는 사람으로 안자이 도모야를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착각 속에 사는 사람이다. 그는 안자이 도모야에게 자기의 인생을 뺏겼다는 과대망상에 늘 사로잡혀 있다. 안자이 도모야의 아내도, 자동차도, 산장도, 심지어 안자이 도모야가 지은 소설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런 안자이 미노루는 원래 산장의 주인인 안자이 도모야를 살해하고 산장에 들어가지만 이내 쇼파 구석에서 죽어가던 말벌에게 쏘인다. 말벌 알레르기가 있는 그는 기도가 막혀 숨을 쉬기 어렵게 되자 볼펜 촉으로 목을 찌르지만 이내 눈 앞이 흐려지면서 정신을 잃는다. 이때 사고 소식을 들은 경찰이 산장에 도착한 다음 자신의 실체가 안자이 도모야의 아내에 의해 밝혀지지만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자기는 안자이 미노루가 아니고 안자이 도모야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말벌을 주인공을 헤치기 위한 살인 도구로, 끊임없이 일을 해야만 하는 회사원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도구로, 그리고 그 속에서 적응치 못했던 주인공의 그 끔찍했던 순간에 대한 회고의 도구로 표현함으로써 곤충과 인간의 모습을 서로 비교 설명하고 있다. 몰입도가 대단하여 금방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작가는 말벌의 습성과 말벌을 만났을 때 퇴치방법도 덤으로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