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비밀

한여름 밤의 비밀 ㅣ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소설의 시작은 파리에서 소규모 극장을 운영했던 70대 노인 호프만의 사연에서 시작한다. 그는 어느 날 TV프로그램에 출연해 그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방송 직후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와 어느 여인을 찾아간다.호프만은 중년의 여인에게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기는 유품으로 낡은 서류봉투를 받는데, 봉투 속에는 그의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세계적 작곡가의 친필 악보가 들어 있다. 

아우슈비츠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유품. 호프만의 사연을 소개한 방송기자 발레리는 악보의 저작권 계약을 위해 호프만 대신 프랑크푸르트로 향한다. 하지만 선상 레스토랑 살인사건 현장에서 납치돼 사라진다. 유품을 빼앗기 위해 벌어지는 일련의 연쇄살인 사건과 예상치 못한 끔찍한 배후의 정체가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선상 레스토랑에서 잔인한 총격 살인 사건이 발생한 후,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가지만 좀처럼 범행의 목적도 과정도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주변 인물을 용의선상에 두고 탐색을 벌여가지만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가운데, 강력계 팀장인 로버트 마탈러는 특유의 성실함과 냉정한 판단력, 그리고 전형적인 수사반장 같은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사건 해결의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수사를 하면서 뭔가 실마리를 풀지 못하던 로버트 마탈러는 납치된 여기자가 살아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여기자가 묵었던 호텔방을 뒤져 사라진 낡은 봉투를 찾는데 성공하고, 그 속에서 악보 뒷면에 호프만의 아버지가 남긴 암호 일기를 발견한다. 로버트와 사바토는 이 암호로 인해 사건의 결정적 실마리를 발견한다. 호프만의 아버지가 남긴 일기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호르스트 니호프 박사’라는 의사가 유대인들을 어떻게 죽였는지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들은 왜 악보가 사라졌으며, 왜 사람들이 살해됐는지 원인을 찾는 결정적인 증거를 쥐게 된다. 이 악보가 세상에 공개되면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이 니호프 박사이고, 그가 죽은게 아니라 살아있다는 사실을 유추하고 그를 쫓는다. 마탈러는 니호프 박사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사는 곳을 향해 가고 마침내 이름을 바꿔 살고 있는 니호프 박사를 만나지만 납치한 여기자를 태우고 그곳을 급히 떠나는 벤을 발견하면서 그를 체포하지 못 하고 싣고 진범을 쫓는다. 

시내 슈퍼마켓에서 인질극을 벌이던 살인범이 특공대의 총에 맞아 살해되면서 사건의 끝을 맺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똑 같이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사는 독일과 일본의 다른 점을 다시 한 번 보게 됐다. 부끄러운 과거를 스스로 언급하는 독일의 ‘끝나지 않은 반성’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고자 노력’하는 이웃 나라 일본의 민낯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독일과 달리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아주 착잡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