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
이형순 지음 / 도모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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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 선재와 해인이 살아온 날들이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들이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행복해 할 때까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상처가 저절로 아물기에는 벅차 보인다. 시력을 잃어 보이지 않는 눈으로 선재의 바다 내음을 느끼는 해인의 아픔이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되어 하늘을 훨훨 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도세자가 영조의 노여움을 사 뒤주에 갖힌 후 아들의 슬픈 울음을 뒤로 하고 끝내 목숨을 잃었던 뒤주 앞에서 만나 영원히 사랑하는 사이로 함께 한 슬픈 사랑얘기가 너무 너무 애절해서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처음 책을 접했을때는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펼쳐서 읽고 보니 그게 아니었음을 알았다. 작품의 내용과 전개가 이제까지의 방식과는 많이 달라 신선함이 느껴졌다. 서로 투명 인간이 되자는 해인의 선언이 있어도 선재는 해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기만 하다. 해인이 아버지에게 납치되어 수덕사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친 선재와 해인의 눈에는 불꽃이 튄다.


해인은 자신을 고귀하게 생각하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순수한 선재는 이런 그녀를 지켜보면서 자꾸만 다가가고 싶다. 해인 또한 그런 선재가 좋지만 끝가지 표현하지 않고 선재를 애태운다. '당신은 제발 나 만지지마!'라고 외치는 해인의 목소리가 애절하기까지 하다. 서로가 바라보고 느끼는 시선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기만한데 이들이 영혼이 아닌 진짜로 만나서 사랑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가 선택한 캐릭터가 무척 신선하다. 우수작으로 뽑혀 상을 받을만 하다. 작가가 책 표면에 적어 놓은 "살 이유가 없는 남자와 죽을 이유가 많은 여자의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 이야기라"는 표현이 세파에 찌든 내 마음에 깊은 메아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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