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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목소리 - 일본인의 눈으로 바라본 촛불혁명 134일의 기록
다카기 노조무 지음, 김혜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5월
평점 :
이 책은 지난 해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있었던 민중의 거대한 함성을 기록해 놓은 책이다. 무려 134일 간 나라의 근간을 흔들었던 부정과 부패에 대항했던 민초들의 아우성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기록한 저자는 일본인이다. 저자는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민중들의 아우성과 이를 평화적으로 이끈 주체들과의 인터뷰로 이 책을 썼다. 광장을 수놓았던 민중들의 외침은 민주주의의 회복. 그 하나였다. 현장의 생생한 기록이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저자가 본 광화문은 우리가 보던 광화문과 닮아있었다. 행여 평화로운 질서를 무너뜨릴까 노심초사하던 것은 아마 우리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수많은 외신들조차 우리 민족의 대장정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를 지켜보았다. 나라답지 않은 나라,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나라, 정의보다는 불의가 판치던 나라에서, 민중의 거센 저항이 나라 전체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었던 한국인만의 독특한 문화로 세계만방에 깊이 각인시켰던 일대의 사건이었다.
역사적으로는 동학혁명 때도 그랬고, 1987년 6월 항쟁 때도 그랬다. 우리 민족은 매 순간 국난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한데 뭉쳐 외치곤 했다. 지난겨울에도 어김없이 그랬다. 부정하게 당선된 것도 모자라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대통령은 우리가 바라던 대통령이 못되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여 국난을 자초했다. 온갖 부정과 부패가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데도 그저 남의 일인 것처럼 방치한 결과 민초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졌고, 헬조선을 외치도록 방치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수가 점점 불어나 1700만 명에 육박할 즈음, 탄핵된 대통령은 감옥으로 갔고, 새로운 대통령을 민중의 힘으로 다시 세웠다. 비록 대통령 한 사람만 바뀌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꿈꾼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추운 겨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광장에서 외쳤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힘쓸 일만 남았다. 이제는 “분노를 넘어 변화로, 저항을 넘어 혁명으로”라는 슬로건이 무색하도록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정과 부패의 고리를 끊을 때다.